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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국내 불교소식

‘석가모니 고행상’ 한국전시 예정

법왕청 2019. 12. 11. 11:01

‘석가모니 고행상’ 한국전시 예정

▶ 파키스탄 방문 원행 총무원장에 칸 총리 화답

영국 공영 BBC방송은 2001년 예수님의 모습에 대한 일반상식을 뒤엎는 사진을 공개했다. 리처드 니브라는 전 맨체스터대 교수가 갈릴리 호수 주변에서 발견된 예수님과 동시대인 셈족 3개의 두개골을 컴퓨터로 단층촬영하고 디지털 3D기법 등을 이용해 복원한 예수님 모습이었다. 


‘법의학 예술’이라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들을 만큼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니브 교수의 손을 거친 예수님은 갈색 장발의 로마풍 백인 미남자가 아니었다. 


짧은 곱슬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에, 담갈색 눈에, 까무잡잡한 피부에, 키 150cm 몸무게 50kg 가량의 근육질 아랍계 남자 같았다.

예수님보다 500년 이상 앞선 석가모니 부처님의 실제 형상은 어땠을까.

한국 일본 중국 등 북방불교권의 불상이나 각종 서적에 등장하는 부처님상은 얼굴이며 몸이며 넉넉한 미소까, 참으로 ‘후덕하고 풍요로운’ 상이다. 정말 그럴까. 태국 미얀마 등 남방불교권의 석가모니 부처님 모습은 사뭇 다르다. 


그 지역 토박이들을 닮은 듯하다. 그 모습은 진짜일까. 사진기는 19세기 중반에야 발명됐고, 부처님 시대나 그 비슷한 시대에 부처님 용상을 그려놓은 그림조차 없으니, 게다가 땅 속 어디에 동시대인 뼈라도 남았다면 니브 교수 같은 전문가에게 의뢰라도 해볼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부처님 살던 곳 장례풍습이 화장인지라...


하기야,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무릇 모든 상은 다 헛되고 망령된 것이니 만약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게 되느니라)이란 부처님 가르침에 유념한다면 부처님의 얼굴이 어떻고 몸은 어떨까 눈이 어떻고 코는 어떨까 따지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어느 한 시점이나마 석가모니 부처님의 모습을 가장 리얼하게 추정해볼 ‘나름 믿을만한 근거’가 있다면 아마도 파키스탄의 라호르박물관에 전시된 고행상일 것이다. 


부처님이 큰깨달음을 얻기 전 6년간 고행할 때 보리수 아래서 명상에 잠긴 높이 84cm 좌상인데, 움푹 패인 두 눈이며 살점 하나 없는 양 볼이며 얼굴은 해골 같고 앉아 죽은 뒤 꽤 시일이 지난 듯 갈비뼈는 앙상하게 드러나 있고 심줄과 핏줄은 마른 덩굴처럼 이리저리 뻗어있고...

그럼에도 저 석가모니 고행상을 ‘나름 믿을만한 근거’로 삼는 까닭은? 이른바 간다라 양식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간다라는 고대 인도 북서부지역, 지금으로 치면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 동부가 포함된 지역 명칭이다(고대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인도, 즉 기원전 2600년~1700년경에 가장 흥성했던 것으로 전해지는 고대의 인더스문명권은 지금의 인도 아대륙 전체가 아니라 티벳에서 발원해 히말라야와 카슈미르를 거치고 파키스탄을 관통하는 인더스강 유역의 문명권을 말한다). 


간다라 양식은 그리스권을 통일한 마케도니아 출신 알렉산더 대왕(BC 356∼323년)이 간다라지역에 이르는 동방원정 때 유입된 그리스 헬레네즘문화 영향을 받은 예술양식이다. 있는 그대로 묘사가 특징이다. 석가모니 고행상 역시 사후 200년 이상 시차가 있지만 그때까지 구전돼온 실제모습에 충실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배경이다.

이제는 이슬람국이 된 파키스탄의 ‘석가모니 부처님 고행상(일명 간다라 불상)’이 멀지 않아 한국을 찾게 될 것 같다. 불교신문에 따르면, 파키스탄을 방문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원장 원행 스님이 20일 임란 칸 파티스탄총리와의 회동 때 이 고행상의 한국전시 의사를 전달한 데 대해 칸 총리는 즉석에서 “좋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양측은 곧 고행상 대여 및 전시에 관한 실무접촉을 가진다는 소식이다. 원행 스님 등 조계종단 대표단 24명은 파키스탄 정부 초청으로 지난 16일부터 8박9일간 파키스탄을 방문, 아리프 알비 대통령과 임란 칸 총리 등 정부요인들과 면담하고 불교유적지, 회교사원, 백제에 불교를 전한 마라난타 스님 탄생지 및 수행처, 1300여년 전에 인도를 방문해 일종의 기행기인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쓴 신라시대 고승 혜초(慧超 또는 惠超, 704~787년) 스님이 거쳐간 곳 등지를 돌아봤다 



<미주한국일보 정태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