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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자유게시판

세 번의 인사. 이원익 / 미. 불사모 회장

법왕청 2013. 1. 16. 19:49

                                           세 번의 인사           이원익 / 미. 불사모 회장

 

 

절에 가면 보통 가운데 가장 큰 집이 한 채 있는데 부처님을 모신 대웅전이다.

대웅이란 큰 영웅이니 중생을 고난에서 건지시는 부처님이 바로 그 분이다.

이름에서 보듯 부처님은 신이 아니며 절은 신전이 아니다.

불교가 융성했던 삼국시대 같은 예전에는 절이 대개 평지에 있어서 부처님을

 모신 불당과 법을 설하는 법당이 나란히 따로 있기도 하였다.

그러다 조선시대로 들어와 줄기찬 핍박을 당해 산골짜기로 쫓겨 들어가면서

부터는 이리 넉넉하게 절집을 지을 수가 없었다. 말하자면 피난살이 단칸방살이가

 시작 된 셈인데 작은 불당이 동시에 법당도 되고 선방도 됨은 물론이요 한 쪽에는

 불교의 수호신들인 신장을 모시기도 하고 다른 쪽에는 돌아가신 분들의 영가를

모시기도 하는 등 공간을 백 프로 활용한 다용도실이 되곤 하였다. 스님들의 생활

공간인 요사채가 따로 없는 경우도 많았다.

어쨌든 불당이요 법당인 대웅전의 주인은 부처님이시므로 가장 중심 되는 곳에

높게 모셔져 있어 이를 상단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상단에는 부처님 한 분만이

아니라 양쪽에 아미타불이나 약사불 같은 협시불이나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 협시

보살들을 둘씩 혹은 넷씩 거느리는 경우도 많다. 도우미 부처님 도우미 보살님들이다.

부처님같이 위대하신 분이 왜 도우미가 필요했을까 하고 의아해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크고 넉넉한 분이실수록 혼자서 다 차지하지를 않고 웬만한 일거리는 믿고 나눠

주신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다음이 한 쪽 벽에 모셔진 중단인데 신중단이라고도 한다. 여기에는 본래 용 건달바 아수라

긴나라 등 팔부신중을 비롯하여 여러 지방에서 차출 된 불교의 수호신들이 모셔져 있다.

 

 이들은 우리 인간들보단 능력이 뛰어난 존재들로서 본래 불교를 모르던 지방신들이었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에 감화를 받아 불법의 보디가드를 자처하고 나선 믿음직한 무장들이다.

이들이 바라는 복무의 조건은 단지 불교를 지키며 불법을 자주 들을 수 있는 것뿐이다.

그래선지 한국 절에서는 보통 예불을 할 때 부처님께 먼저 예를 올린 다음 잠시 방향을

 틀어 이들을 향해 반야심경을 읊어 주곤 한다.

마지막이 돌아가신 분들의 영가를 모신 영단 즉 하단이다. 규모가 있는 절에는 지장전에

 따로 모시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머잖아 가야할 곳이 영단이요 함께 지내야 할

 이들이 영가들이다.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먼저 떠난 이 영가들을 살아생전

무심히 지나치지 말고 법당에 들렀을 때마다 합장을 하거나 가벼운 눈인사라도 해 둠이

 장래를 위해 좋을 듯하다.

이렇듯 법당에 들어서면 상단에서부터 중단 하단으로 차례로 경건하게 예를 올림이 마땅

한데 우리가 인사를 할 때는 최소한 상대가 누구인지를 알고 진정으로 하는 것이 예의다.

덮어놓고 건성으로 하는 인사도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만 만날 그런 인사만 받는다면 괘씸

하다 못해 한 번 골려 주고 싶은 심사가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