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영문학•철학 학사, 하버드대 비교종교학 석사를 졸업하고 숭산스님(1927~2004)의 미국인 상좌로 수행정진 중인 현각스님(독일 뮌헨 보리선원장)은 UC버클리 한국학센터 초청으로 11일 동아시아 센터에서 열린 ‘나는 누구인가’ 주제 법문에서 “맹신을 경계하라”며 이같이 말했다.
현각스님은 종교든, 타인이든, 그 무엇이든 의지하기보단 자신에게 의지할 수 있는 마음과 스스로 찾아가는 체험을 강조했다. 현각스님은 이날 강연에서 불교 포교나 불교라는 종교에 대한 언급보다는 명상의 중요성과 명상이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1990년 하버드 대학원을 다니며 가톨릭 신자였던 당시, 처음 숭산스님을 만난 인연을 소개해면서 “스님이 저한테 ‘당신은 누구세요’(Who are you?)라고 물어 ‘나는 폴’(I’m Paul)이라고 답했다”며 “하지만 스님은 ‘그건 당신의 몸의 이름이고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일 뿐, 그 이름이 있기 전에 당신의 진짜 이름을 알고 싶다’고 해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를 계기로 현각스님은 한국 화계사에서 머리를 깎고 숭산스님의 제자가 됐다.
그는 “그 때 난 ‘이 세상과 인간은 무엇이고 왜 살아야 하며, 왜 고통을 겪어야 하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해답을 찾기 위해 고뇌하고 있었다”며 “해답을 서양철학에서 구할 수 없었고 예일과 하버드 대학의 명망 있는 교수들에게서도 얻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현각스님은 “그러나 숭산스님은 교수들이 알려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려주셨다”며 나를 비우는 ‘참선’과 ‘참나’를 찾는 방법에 정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누구누구의 남편, 아내, 딸, 아들, 변호사, 택시 기사 등 이러한 모든 것들은 우리 바깥의 모습일 뿐, 내면으로 눈을 돌려, 스스로 묻고 통찰하라는 ‘참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참선수행을 통해 나를 하루하루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하고, 찰나와 같은 시간 속에 현재의 나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중과의 질의응답에서 한 참석자가 “스님은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현각스님은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 “(적설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 적설차 맛있다”라고 답했다.
청중들이 아리송한 표정을 짓자 그는 “질문을 듣는 순간, 그 찰나의 내 경험에 충실한 답이었다”며 “지금 이 차를 마시는 순간에는 다른 아무 것도 끼어들지 않는 순수한 마음(pure mind), 이것이 ‘나’이고 찰나의 자체가 ‘나’”라고 설명했다.
현각스님의 강연에 대해 버클리대 3학년 재학생인 에릭 마이클군은 “부처와 불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가 중요하다는 다소 어렵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화두였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유명한 현각스님은 영어로 진행된 이날 법회에서 가끔 사투리와 비속어를 섞은 한국어와 비유를 사용, 청중을 매료시켰다.
한편 현각스님의 법회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스탠퍼드대, UUC 법회는 일반인 참석 가능)▲15일(화) 오후 2시~5시, 18일(금) 오후 12시 페이스북 HQ 본사 ▲16일(수) 오후 12시30분 팔로알토 베테랑 병원 ▲17일(목) 오후 6시45분, 19일(토) 오전 9시30분~오후 12시30분 스탠퍼드대(520 Lasun Mall, Stanford) ▲27일(일) 오후 3시 유니테리언 유니버셜리스트 교회(UUC•550 East Charleston Rd. Palo Alto)
현각스님 북가주 순회법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11일 UC버클리 동아시아 센터에서 현각스님이 ‘나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