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문, 다시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환수대가 스님의 비망록
문화재 환수운동의 교본이라고 일컬어 졌던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의 개정판이 나왔다.
저자 혜문은 환지본처(還至本處), 즉 ‘제자리 찾기’를 신조로 일제강점기와 6·25 동란 등에 강제로 빼앗긴 문화재를 찾는 데 노력해왔다. 지난 10여년 간 1262점의 문화재를 국내로 환수했다.
혜문 스님은 “이 책은 문화재 환수에 관한 입문서로써 조선왕실 어보 반환운동의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해왔다는 과분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며 “단순히 한 권의 서적에 머물지 않고, 문화재 환수를 위한 실질적 행동의 교본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고 밝혔다.
이미 환수된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실의궤’, 대한제국 국새 반환운동 뿐만 아니라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오구라 컬렉션 조선대원수 투구, 오쿠라 호텔 정원에 있는 평양 율리사지 석탑 등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저자가 15년 동안 머물던 봉선사에서 떠나게 된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수락산 흥국사 탱화 절도사건을 통해 저자가 겪게 됐던 고통이 ‘정의롭게 살기의 지난함’에 대해 공감하게 한다.
결국 절도 용의자로 지목됐던 전직 흥국사 주지는 아무 탈이 없고, 절도된 탱화를 찾아온 사람이 어려움을 당하게 되는 현실은 ‘잘못된 현실과 바로잡음’이라는 이 책의 주제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는 것을 재인식하게 한다.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인 혜문은 1998년 봉선사에서 철안 스님을 은사로 출가, 2004년 교토 유학 중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청구사초’라는 책에 ‘조선왕조실록’이 도쿄대학교에 소장돼 있다는 것을 본 뒤 문화재환수 운동에 뛰어들었다.
2006년 도쿄대 소장 ‘조선왕조실록’ 47책 환수, 2011년 일본 궁내청(천황궁) 소장 ‘조선왕실의궤’ 1205책 환수, 2013년 LA 카운티 박물관 소장 문정왕후 어보 반환결정을 이끌어냈다. 2014년 한미 정상회담 시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대한제국 국새를 포함한 조선왕실 인장 9점을 반환하게 했다.
지난 2월 하산, 비승비속으로 살고 있다.
308쪽, 1만5000원, 금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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