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과 백중절 축원
무더위의 고비를 넘어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는 시절입니다. 한국 달력을 보면, 가을의 문턱인 입추(8/7)와 광복절(8/15)을 지나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8/23)의 절기를 품은 팔월에, 불교인들은 스스로를 챙기고 돌아보며 선망부모를 추도하는 명절인 백중재일(음 칠월보름)을 기리는데 금년에는 광복절과 겹쳐 있습니다.
1945년부터 기념하는 8월 15일은 제2차세계대전 끝판으로 이른바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무조건 항복한 날로서, 미국과 소련을 포함한 연합국은 승리를 자축하지만, 식민지처럼 억눌려 지내던 민족들에게는 “해방”을 맞는 기쁨의 날이었지요.
이날을 우리는 “광복절(光復節)” 즉, “[민족의] 빛을 되찾은 날”로서, 독립국의 주권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국경일로 지낸지 어언 78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한반도를 중심으로 살아온 한민족에게는 그 기쁨도 잠시, 미군과 소련군이 북위38도선 남북으로 진주하여 뜻밖의 분단 상황을 만들었고, 마침내 그들에게 유리한 정부를 각각 세움으로서 오늘날까지 미완의 광복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완전한 광복을 이루기 위하여 남북한 당국과 주민은 물론, 미국과 러시아(구소련), 중국 및 일본 등의 주변관련국들과 소통하고 협조하여 남북의 평화 통일을 이루는 일이 당면한 최대의 숙제입니다.
이는 우리 한민족 동포뿐만 아니라 지구상 세계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하여서도 필요한 일이니, 모두가 나름대로 문제해결 노력에 솔선수범하여야 되겠습니다.
“우란분절”로도 불리는 백중절(白衆節)은, 석존 재세시부터 인도에서 몬순 장마기후에 맞추어 시행해온 안거 수행을 마무리하는 날로 전해지며, 일반인의 한해 학기의 졸업식처럼 이날을 기준으로 출가한 수행자를 비롯하여 불자들이 나이를 한 살 더하는 계기가 되어왔습니다.
석존의 열반절로부터 불기(佛紀)를 계산하는 것과 함께, 이는 수행을 중시하는 불교의 독특한 전통이 되었으며, 그 정체성을 보이는 것입니다.
백중 즉, 함께 한 수행대중들 (각자의 공동체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잘못을 고백하며 자자(自恣)와 충고 및 격려의 탁마상성(琢磨相成) 시행은 인류사회에 값지고 아름다운 정신문화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리 도덕이 피폐하고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지며 물질주의와 배금사상이 횡행하는 요즈음 세태에, 인간성 회복과 건전한 사회 발전을 위해 되새기고 드높여야 할 인문학적 자산입니다.
이날 수행자들에게 공양한 공덕으로, 생전의 악업으로 지옥에서 고통받던 모친의 구제를 이루었다는 목련존자 설화는 그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본의를 되새기며 살림살이를 반성하고, 새 출발과 실존적인 광복을 위한 계기를 갖기 빕니다.
소납으로서는 이번 백중절에 나이 한 살을 더 먹으면, 어느덧 승납 50년이 됩니다. 1969년 가을 해인사에서 수계하기 70여일 전에, 가야산 상봉 통신대에 올라가서 인간의 달 표면 착륙을 목격한 것이 추억됩니다.
지구에서 달을 보던 인간이 달에서 지구를 보여준 사건 이후로 세계인식이 크게 바뀌었고, 이후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해왔지요. 운수로 지구촌의 여러 곳을 다니다가 이제 이곳에 머물면서, 인간의 생로병사와 우주의 성주괴공을 무상하게 느끼며, 불교공부와 수행의 반백년 동안 겪은 소중한 사연들을 음미하면서 새삼스레 인연법의 깊이를 실감합니다.
백중절을 맞는 모든 불자와 도반 독자 여러분, 수행 정진으로 온갖 걱정 열뇌를 식히시고 청량 적멸의 시원함 누리시기를 축원 드립니다. 나무 석가모니불, 제존 보살마하살, 마하반야바라밀! 가숭산 고성난야에서, 심향을 사르며.
<진월 스님 / 고성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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