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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국내 불교소식

붓다의 상실

법왕청 2019. 8. 29. 09:52

"'붓다의 상실'이 이 시대 불교 위기의 이유다"


조계종, 화합과혁신위 토론회 
출가자 감소에 종단적 대처 필요
종권 다툼으로 사회적 신뢰 추락

“1970년대 이후에 반복된 각목 투쟁과 종단 권력 다툼으로 인해 불교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불교와 스님들이 민중적 신뢰 없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2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대한불교조계종 전법회관에서 ‘불교의 위기’를 진단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조계종 총무원장 직속 기구인 백년대계본부 화합과혁신위원회에서 마련한 이 자리에 불교계 안팎의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 시대 나에게 필요한 불교는?’이란 주제로 종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쓴소리와 현실적 대안들이 제시됐다. 

청보리회 김재영 법사는 젊은 시절 온갖 좌절과 방황을 겪었다. 그런 절망의 뿌리였던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그는 『법구경』을 읽고서 비로소 떨쳐냈다. 이후 청소년 포교단체 청보리회를 꾸려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는 재야 불교 인사다. 


김 법사는 “한국 불교는 종단의 심각한 분열과 갈등 속에서 자정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정신적 지도력과 민중적 문제의 해결 능력을 거의 상실한 채, 찬란했던 사상들은 허구적 개념으로 공리공담(空理空談)으로 떠돌고 있다. 총체적 붕락(崩落)의 원인은 ‘붓다의 상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대안으로 “붓다 당시부터 있던 자발적 불교도 공동체인 ‘빠리사(Parisaㆍ둘러앉다는 뜻)’가 되살아나야 한다”며 “조계종단이 종단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재가자의 자발적 ‘붓다 부흥운동’에 주목해야 한다. 조계종의 백년대계는 종단 밖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심에서 목우선원을 꾸리며 불교 명상을 전하고 있는 인경 스님(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은 “행자 교육을 받다가 도중하차하는 비율이 약 30%다. 2025년 이후에는 출가자 수가 고갈될 위기다. 


행자 교육을 전면적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종단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혁신의 첫 단추로 ‘단일 행자교육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한 뒤 “종단의 온갖 문제를 야기하는 뿌리에 해당하는 선거제도를 5년 이내에 폐지해야 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조계종은 총무원장과 총림의 방장, 본사 주지 등을 정할 때 선거제도를 도입한 이후 선거철마다 금권선거와 상호비방 등의 폐단에 몸살을 앓고 있다. 덩달아 불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역시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불교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교수는 “현행 출가제도는 당사자에게 많은 부담을 준다. 단기의 임시 출가를 통해 스님의 생활을 경험한 후, 다시 정식 출가 여부를 결정하게끔 ‘단기 출가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람들은 남들과 비교하며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불교가 앞장서서 무한 비교 경쟁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기 삶의 주체가 되는 ‘운전자 관점으로 살아가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미국 개신교는 교회 건물이 텅 비어가고, 유럽의 성당도 매물로 팔리고 있다. 한국 불교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를 뚫고 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