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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자유게시판

국공립합창단, 찬송 선교 실태

법왕청 2021. 10. 12. 11:15

국립 축소판 시립합창단, 지역 곳곳 파고든 찬송 선교

 

 

국공립합창단 실태조사

전국 18곳 시·도립합창단

서울 등 5개 대도시, 62개 연주회 중 27회 전곡 찬송

종교편향 문제 제기된 부산은 여전…대구는 변화 시작

빈번하게 선정되는 라틴어 창작곡·미사곡도 원인 지적

 

유튜브에 게재된 모 시립합창단의 공연 캡쳐.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합창단의 찬송공연 실태가 낱낱이 드러난데 이어 전국 시·도립합창단도 ‘국립합창단 축소판’이라 할 만큼 연주 내용과 기독교곡 선곡 양상이 흡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소도시보다 광역시 같은 대도시 합창단일수록 종교편향 곡 포함 비율은 높게 나타났으며, 일반대중이 알기 어려운 라틴어 곡들도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전국 시·도립합창단이 국립합창단의 레퍼토리를 그대로 학습한 찬송 공연으로 지역 곳곳에서 공공성을 저버린 선교행위를 일삼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계종 불교음악원이 서울·인천·수원·춘천·원주·천주·아산·천안·대전·대구·구미·부산·창원·전주·정읍·광주·목포시립합창단과 제주도립 서귀포합창단 등 전국 18곳 시·도립합창단의 공연 목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각 지역별로 적게는 3회 많게는 33회의 정기 및 특별연주회를 진행했으며, 대다수 공연에 기독교 신을 찬양하는 찬송가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독교 곡 선정이 불가한 국가행사, 테마연주회 등을 제외한 정기연주회에서는 미사·예배·성경 등 전곡을 찬송가로 구성한 공연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었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합창단들의 종교편향 공연은 더욱 두드러졌다. 서울·부산·대구·광주·제주 등 5개 지역의 총 62회 정기연주회 가운데 전곡을 기독교 종교음악으로 채운 공연이 27회이며, 부분적으로 찬양곡이 포함된 공연도 27회로 조사됐다.

유튜브에 게재된 모 시립합창단의 공연 캡쳐.

서울의 경우 국립합창단과 유기적 관계를 이루며 기독교적 종교편향을 그대로 이어받은 지역으로 꼽혔다. 서울시립합창단의 정기 및 특별연주회 총 24회 가운데 70% 이상이 기독교 음악으로 편성됐다.

 

영화음악, 일반가곡, 3·1절 행사 등 주제가 정해진 공연 외에는 필수적으로 미사 및 예배곡이 포함됐다. 심지어 정기연주회 11회 중 전곡이 찬송가로 채워진 공연은 9회에 달하며 미사곡, 흑인영가, 구약성서, 캐럴 등 구성도 다양하다.

 

호남지역 가운데 가장 많은 연주 횟수로 찬송가 공연이 이뤄진 곳은 광주다. 광주시립합창단은 정기연주 14회와 특별연주 3회를 포함한 총 17회 연주회 가운데 60% 이상을 기독교 곡으로 편성했다.

 

2020년 10월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을 주제로 한 183회 정기연주회에서는 1시간 20여분동안 예수에게 구원과 축복을 구하는 기독교 미사곡으로 공연한 것은 물론 모든 정기연주회에서 적어도 1곡 이상 찬송가를 연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지역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주도립 서귀포합창단은 13회 정기·특별연주회 가운데 찬송가가 60% 비중을 차지했으며, ‘독일 레퀴엠’ ‘모차르트 C단조 미사’ 등 전곡이 예수찬양 기독교곡으로 구성된 공연도 3차례 이뤄졌다.

 

또 지난해 12월 송년음악회에서는 그리스도의 탄생과 삶, 수난, 부활을 다룬 ‘헨델의 메시아’가 2시간 30여분간 공연됐지만, 부처님오신날을 기점으로 불교적 색채가 가미된 공연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부산시 문화체육국 관계자들이 7월1일 금정총림 범어사를 방문해 불교계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부산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사실을 확인하고 적극적인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종교편향 공연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식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했던 부산과 대구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부산의 경우 총 23회 공연이 진행됐고, 연주목록의 40%이상이 기독교 예배곡으로 구성됐다.

 

특별연주회는 행사 성격으로 찬송가 비중이 낮게 나타났지만, 정기연주회에 13회 가운데 9회가 ‘글로리아’ ‘치체스터’ ‘브람스 독일 미사곡’을 중심으로 전곡이 기독교 찬양곡으로 연주됐다.

 

부산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올해 7월1일 부산시 문화체육국 관계자들이 금정총림 범어사를 방문해 종교편향 공연 재발 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부산시립창단 홈페이지에는 공연 CD음반 제5집 ‘주 이름을 찬양해’와 제6집 ‘메시아’ 등 기독교 찬송가집 출반을 주요활동으로 버젓이 홍보하고 있어 부산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낳았다.

 

반면 상습적인 찬송가 공연으로 물의를 빚은 대구시립합창단은 총 14회 정기연주회 가운데 67% 이상 종교편향 곡들이 포함돼 있었다. 또 찾아가는 연주회, 송년음악회 등 4차례 열린 특별연주회에서는 주제와 무관한 찬송가 30% 이상 차지했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고 불교계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대구시는 올해 5월 ‘종교화합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실질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그 결과 50% 이상의 찬송가가 편성됐던 6월17일 153회 정기연주회 연주목록을 전곡 수정해 단 한곡의 종교편향곡도 공연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인천·수원·구미가 70% 이상, 춘천·원주·대전이 60% 이상, 창원·전주·정읍·목포가 40% 이상, 청주·천안이 30% 이상, 아산 30% 이하로 공연 내 기독교곡을 포함하고 있었다. 다만 비공개로 파악이 불가능한 프로그램 일부는 제외됐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을 비롯한 대구시 관계자들은 6월21일 대구 동화사를 방문해 사과했다.

이처럼 시·도립합창단이 기독교 일색의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 라틴어로 된 기독교의 고전 내지 창작 예배곡을 불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라틴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대중들이 원곡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실제 라틴어 제목의 악곡 중 신에게 감사와 찬양을 노래하는 ‘떼데움(Te Deum)’과 평화를 갈구하는 ‘도나 노비스 파쳄(Dona Nobis Pacem)’ 등의 내용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무엇보다 미사곡이 가장 많이 불려지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미사곡은 5~6개 악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곧 가톨릭 전례 순서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첫 곡 기리에(Kyrie-자비를 주소서)에 이어 글로리아(gloria-영광송), 크레도(Credo-신앙고백), 상투스(Sanctus-거룩하시다), 아뉴스 데이(Agnus dei-하나님의 어린양) 혹은 베네딕투스(Benedictus-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순서로 진행된다.

라틴어 예배문구 중 가장 널리 쓰이는 “Gloria in excelsis Deo(글로리아 인 엑첵시스 데오), Et in terra pax(엣인떼라 팍스)”는 ‘글로리아’의 첫 구절로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영광, 땅에는 평화”라는 뜻이다.

 

시·도립합창단이 기독교 신을 찬미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공연하며 노골적으로 기독교 선교 도구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계종 불교음악원은 보고서에서 “라틴어로 은닉된 기독교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연주행위를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라틴어가 지니는 상징성 때문에 개신교와 가톨릭을 막론하고 후세 작곡가들에 의해 라틴어 가사가 기독교 곡으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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