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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사회일반

독립운동가 탈을쓴 이승만 이제 가면을 벗었나

법왕청 2013. 9. 25. 21:22
이승만, 기독교 민주국가 완성?

 

고성에 개관한 별장·기념관에 종교편향 소개글
군 관계자 “검토 후 시정”…종평위, 항의 공문
범대위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기독교 국가였나”

독립운동가 탈을쓴 이승만 이제 가면을 벗었나

 

 

 

“…이 땅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기독교 국가 건설의 사명을 완수하고….”

 

‘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기독교 민주주의 국가를 완성했다’는 종교편향성 글이 국민의 혈세를 들여 건립한 별장 및 기념관에 게재돼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죽정리에 소재한 이승만 화진포 기념관에는 ‘개혁운동가 이승만’이란 제목 아래 “새로운 자유주의 혁명 사상에 눈뜬 이승만은 절대군주 하에서 신음하는 동포들을 위해, 이 땅에 기독교 국가의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했다”며 대한민국이 기독교를 국교로 삼고 있는 내용의 글이 소개 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승만 기념관은 2007년 8월 7일 고성군이 6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개관한 공공 기관으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건립한 시설을 기독교 찬양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장로였던 이승만 대통령을 소개하면서 기독교 편향적인 내용을 담은 글은 이 뿐만 아니다.

 

관련 시설에는 ‘건국 대통령 이승만’이란 제목 아래 “평생을 조국의 독립과 국가 건설을 위해 바친 한국 민족의 위인 우남 이승만”이라고 소개한 뒤, “1965년 7월 27일, 이 땅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기독교 국가 건설의 사명을 완수하고, 100만 인파의 장송을 받으며 ‘선한 싸움 다 싸우고 의의 면류관’을 받으러 가는 그 길은 장엄한 승리자의 개선 행진”이라는 문제의 글이 소개되어 있다.

 

 

두 개의 글을 종합해 보면 대한민국은 기독교를 국교로 하는 국가이며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기독교 사관에 입각해 민주주의를 도입하고자 평생을 바쳤으며, 그러한 노력을 통해 비로소 기독교 국가 건설의 사명을 완수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르게 전달하고 알려야 할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이 역사를 왜곡하고, 특히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대한민국을 기독교 국가로 오인할 수 있는 글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승만 기념관과 별장은 어른은 물론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이용이 가능한 고성지역의 대표적인 역사 관광지이다. 1999년 육군복지단이 복원한 이승만 별장은 고성군 관광홈페이지(tour.goseong.org)에 현내면의 관광 명소로 소개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어른은 2000원, 어린이는 1500원이다.

 

고성군 관광문화체육과 관계자는 “(기독교 편향 글에 관한) 민원을 접수했으나 아직 현장 조사를 나가지 못해 문제를 파악 중”이라며 “게시글은 문헌을 참조해 만들었을 것이며 민원이 제기된 만큼 문구를 확인해 문제가 있다면 시정을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기념관 운영의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육군복지단과의 합의 사항에는 시설 내부 전시물에 대해서는 육군복지단이, 진입 도로나 청소 등 외부 사항은 군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답했다.

 

헌법파괴, 종교편향 종식 범불교대책위원회는 이승만 기념관의 기독교 편향적인 글에 “헌법 제20조 종교의 자유 항목 제2항에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되어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우리나라가 기독교 국가였다는 글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또 “문헌을 참조했더라도 공공 기관의 공식적인 안내글을 게시할 때는 충분히 검토해야만 하는데도 이를 소홀히 한데 대해서도 감독 기관이나 책임자에 대해 처벌해야 한다”며 문구 수정과 공개참회를 촉구했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항의 및 시정 공문을 마련, 해당 기관에 발송하고 문구가 시정될 때까지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임시의장으로 추대된 서울 정동 제일교회 신자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께 감사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당시 목사)이 나오셔서 기도를 올려주시길 바란다”며 식순에도 없는 기도 시간을 가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이어 개회사에선 하나님을 첫 번째 감사할 대상으로 꼽으며 북측을 제외한 남측 정부의 첫 출범을 기독교 편향으로 얼룩지게 한 장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