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종북몰이 당하지 않을까 겁 먹을 필요 없어"
[현장] <새로운백년> 서울 북콘서트 "우리가 먼저 통일 의병이 되자"
▲ 관객과 함께하는 법륜스님 북콘서트 법륜스님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새로운100년 북콘서트'를 시작하며 관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 |
ⓒ 이희훈 |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던 신뢰프로세스가 뭡니까. 우선 같이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하면서 통일로 가자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게 변질됐나요. 북한이 먼저 신뢰받을 일을 해야, 비핵화를 해야 신뢰하겠다는 건데 그게 말처럼 쉽습니까… 창조 경제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처럼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창조가 되는 게 아니라 엉뚱한 사람도 좀 있고, 사상의 자유가 있어야 창조가 나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어떻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촉구 및 시국선언을 놓고 종교계와 정치권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법륜 스님이 "대한민국은 헌법에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며 "그런데 지금 정치권은 너무 하나의 잣대만 옳다며 나머지는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법륜 스님은 특히 "국회에서조차 생각이 다르면 '북한으로 가라'고 하는 등 변질되고 있다"며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헌법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통일로 가는 첫걸음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서초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새로운 백년> 서울 북콘서트는 법륜 스님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행사는 '오마이북'과 '평화재단'이 공동주최하고 '새로운100년을 열어가는 청년포럼'이 공동주관했다.
법륜 "국민 고통받는데 산에서만 수행하는 게 종교인인가"
▲ "통일에 적극으로 참여하라" 법륜스님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새로운100년 북콘서트' 출연해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
ⓒ 이희훈 |
법륜 스님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종교계의 사회참여에 대해서도 "(종교인들이) 본분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제시대와 현재를 비교하며 "당시 수많은 종교인들이 독립운동에 참여했지만 우리가 그들을 정치에 관여했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국민의 아픔에 동참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데 산 속에서 수행만 하는 게 진정한 종교인인가"라고 반문했다.
법륜 스님은 또한 최근 '종북몰이' 등으로 인해 경직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겁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가 "요즘 같은 때 통일 문제를 얘기하면 사람들이 저를 '민족의 반역자'같이 보지 않을까, 회사 내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럽다"고 질문하자 그는 "종북몰이를 당하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김제동씨는 내 고향은 '종북' 아닌 경북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웃으며 "통일은 어느 한 쪽을 따르자거나 편들자는 게 아니고 다 같이 잘 살자는 것이다, 스스로 먼저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국가 지도자가 먼저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줘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백성들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로운 토론이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정부에 대한 완곡한 비판이었다.
"통일 운동의 첫걸음? 우리가 먼저 통일 의병이 되자"
▲ 법륜스님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새로운100년 북콘서트'에 출연하고 있다. | |
ⓒ 이희훈 |
법륜 스님은 또 이날 강연에서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도,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통일하는 것도 옳지 않다"면서 남한과 북한을 '남녀 사이'로, 통일을 '결혼'에 빗대어 설명했다.
"남녀 사이에 서로 많은 문제가 있고, 갈등이 있더라도 서로를 아끼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습니까? 북한이 현재 우리나라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도 맞지만, 결국 미래에는 하나 돼야할 집단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모순과 현실의 한계를 인정해 갈 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한 발 한 발 계속 나갈 때 통일에 다가설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그런 과정 자체가 거의 안 보입니다."
법륜스님은 이어 서초구민회관 대강당을 꽉 채운 시민들에게 "우리 모두가 통일 의병이 되자"고 말했다. 그는 "통일 문제는 지극히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성격의 것이라 민간 차원에서 할 일이 많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제일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일은 우리가 선거할 때 통일 지향적인 사람·정치세력을 투표해서 통일에 추진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병이라는 건 자기가 스스로의 뜻으로 나서고, 죽어도 별로 알아주지도 않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이 역사 속에서 나라를 구했다"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병의 마음을 가지면 그게 바로 통일 운동이 아닌가 한다"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강연에는 서울 시민을 비롯해 학교 수업을 빼먹고 왔다는 대구의 한 여대생, 자녀와 함께 온 학교 선생님 등 약 800명이 참석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부인과 함께 왔다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 김세경(70)씨는 "최근 들어 박근혜 정부는 한 쪽의 얘기를 '빨갱이'라고 막는 등 북한과의 소통에 전혀 의지가 없어 보여 절망스러웠다"며 "법륜스님이 이런 상황을 꼬집으면서도 어려운 정치·사회적 얘기를 예시를 들어 쉽게 표현해준 것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광주와 청주, 부산 등 현재 총 네 차례 열린 <새로운 백년> 북콘서트는 6일 오후 7시 30분 창원시 교통문화연수원 대강당에서 마지막으로 열릴 예정이다. 행사는 사전신청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입장 가능하며, 강연 후에는 저자와의 사인회가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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