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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사회일반

저무는 '현금 시대'…사용 줄고 없애는 국가도

법왕청 2015. 5. 19. 17:43

저무는 '현금 시대'…사용 줄고 없애는 국가도

 

소매점에서 현금 사용이 줄고 지하경제 축소 효과 현금유통 비용경감 때문에 정책적으로 현금사용을 줄이는 나라들이 나타나고 있다. [AP]

 

 

 

 

 

 

현금 유통 급증한 미국
현금 사용량은 줄어
결제 기능 약해진 증거

스웨덴 3년전부터
'현금없는 사회' 선언
덴마크도 올해 가세


'현금이 왕'인 시대가 저물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현금없는 사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이미 현금을 줄이는 정책을 시작하고 있다.

이른 시일 안에 현금이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현금 없애기가 중요한 금융정책으로 떠올랐다.

이 논의가 가능한 것은 물론 현금을 대체할 지급수단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와 데빗카드에 이어 인터넷 뱅킹과 모바일 뱅킹, 페이팔과 구글 월릿 같은 전자지갑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또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도 현금 이체가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현금 사용이 전체적으로 줄고 있고 소액 거래도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 7일 주유소와 옷가게, 식당에 현금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선택권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덴마크 재무부는 소매점이 현금을 받는 방식은 경비와 감시 시스템에 상당한 비용을 쓰게 되고 고객에게 거스름돈을 주는 시간을 줄여 비즈니스를 활성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가 실행되면 덴마크의 소매점과 식당, 주유소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전자 결제 수단이 없는 고객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이미 2014년에 지폐와 동전을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금이 없는 은행 지점도 늘고 있다.

1661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지폐를 발행한 스웨덴은 2012년부터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현금없는 사회로 방향전환을 시작했다. 우선 버스요금을 현금으로 낼 수 없다. 선불카드나 셀폰 문자로 결제한다. 일부 은행에서는 현금 취급을 중단하고 전자결제만 허용한다.

국립연금기관은 "모든 도시의 은행에서 현금 사용이 불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성당이나 교회에서도 카드기를 설치해 헌금함을 대체하고 있다.

현금을 없애면 국내총생산(GDP)를 늘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컨설팅 서비스사 맥킨지앤컴퍼니는 현금의 발행, 수거, 폐기 등에 상당한 규모의 행정적, 재정적 비용이 든다고 밝히면서 현금 없애기는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맥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2007~2011년 사이 GDP에서 현금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의 경우 0.47%에 이르렀다. 러시아는 GDP의 1.10%나 됐다. 이 비율이 가장 적은 것은 핀란드로 0.1%였다.

현금을 없애면 가장 큰 경제 효과는 지하경제 차단과 금융 생산성 증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맥킨지 보고서도 전자 결제 방식을 도입하면 금융 시스템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지하경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리아 대학의 프리드리치 슈나이더 경제학과 교수는 스웨덴과 이탈리아·그리스를 비교하며 "전자결제가 많은 국가들이 현금거래가 많은 국가에 비해 금융이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교수는 또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이들일수록 지하경제 활동이 적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현금 없애기에 나선 이후 물리적 범죄도 줄었다. 스웨덴은행협회에 다르면 은행강도수가 2008년 110명에서 2011년 16명으로 30년래 최저치로 줄었다.

아바의 멤버였던 비욘 울바우스가 스웨덴에서 전자화폐를 앞장 서 홍보한 것도 아들이 현금 강도를 3번 당했기 때문이다.

현금이 결제수단 기능을 상당부분 상실한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미국의 달러다.

2012년 회계연도에 미국은 지폐 3590억 달러를 인쇄했다. 이 가운데 100달러권은 3030억 달러였다. 연방준비제도는 100달러 지폐의 60%가 해외에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면 2012년 소매점 거래에서 지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9%에 불과했다. 2002년엔 36%였다. 대신 크레딧카드와 데빗카드는 소매점 거래의 30%를 차지했다. 중산층 이상에서는 더욱 비중이 적어 연소득 6만 달러 이상 가구에서 현금 사용은 전체 지출의 2%에 불과했다.

연준이 발표한 2015년 3월 현재 현금과 요구불예금을 합한 통화량은 1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 사상 최고치다. 이 가운데 100달러짜리가 1조 달러다. 이를 미국 가구수로 나누면 가구당 현금은 1만1000달러다. 2008년 7000달러에서 더 늘었다. 현금이 이렇게 많은데 실제로 소비자들이 쓰는 현금은 오히려 줄었다.

현금은 어디로 갔을까? 신권 100달러는 마약조직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조가 힘들어 그만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좋다. 경제가 불안하면 더욱 그렇다. 달러화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2009년에 해외로 유입된 양이 크게 늘었다.

2011년 8월 브루킹스연구소 산하 세금정책연구센터인 어번 인스터튜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비공식적인 경제부문의 현금은 GDP의 5~10%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특히 소득이 노출될 경우 세금을 내야 하거나 혜택이 위협을 받는 소셜 시큐리티 수혜자들 사이에서 지난 10년간 현금 수요가 급속히 늘었다고 추산하고 있다.

맥킨지는 미국에서 2020년까지 소매점 거래의 현금 비중이 26%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현금 사용은 대부분 은행계좌가 없는 저소득층이나 구매 사실을 숨기려는 이들일 것으로 예상됐다. 맥킨지는 현재의 흐름이 계속되면 30년 뒤에는 소매점 거래에서 현금은 10%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금 거래가 줄면서 가장 큰 승자는 비자카드와 매스터카드로 예상한다. 전자지갑도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비자와 매스터카드도 각각 비.미(V.me)와 페이패스 같은 전자지갑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금 없애기는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가 있다. 우선 어떤 업종에서 현금을 없앨 것이냐를 놓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은행 계좌가 없는 이들의 어려움도 해결해야 하고 점점 늘고 있는 디지털 사기도 예방해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금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