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엔 14가지 문제 … 지금이 구조 뜯어고쳐야 할 때”
필립 코트러,“현재 자본주의, 빈곤문제 못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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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는 “훌륭한 기업은 세율이 높아도 업적을 이뤄낸다”고 말했다. [Fli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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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는 마케팅 이론을 구축한 인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원래 신자유주의의 대표 격인 밀턴 프리드먼(1912~2006)과 케인스 학파의 수장인 폴 새뮤얼슨(1915~2009) 밑에서 공부한 경제학자다. 좌우 경제학을 모두 공부하고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해온 셈이다. 중앙SUNDAY 인터뷰에서 그는 “일반 시민에게 득이 될 게 없는 현재의 자본주의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평생 마케팅 분야를 연구해 왔는데 갑자기 자본주의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나는 평생 경제학을 떠난 적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은 흔히 경영학으로 분류되지만 경제학의 다이내믹한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이 없는 경제는 끝없이 공산품을 생산해 내기만 하고 그것을 구입할 소비자는 없는 상황과 같습니다. 소비자는 무한한 욕구가 있지만 가용 예산은 부족합니다. 뭔가를 구입하도록 설득을 당해야만 소비에 나섭니다. 그런 설득이 없다면 아마 저축만 할 겁니다. 마케팅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고 그런 점에서 마케팅과 경제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자본주의의 14가지 문제’를 열거했는데 선정 기준이 있나요.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연구에 착수하자마자 현재의 자본주의는 빈곤층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들에게 너무 낮은 임금을 주며, 중산층을 축소하는 반면 수퍼리치에겐 그들이 일한 것에 비해 너무 많은 보상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 현재의 자본주의가 5년에 한 번씩 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기업의 환경 파괴를 세금을 들여 개선하도록 하며, 건강한 사회보다는 탐욕을 장려한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이렇게 발견한 문제가 14가지입니다.”
-불평등 해법의 하나로 증세를 언급했습니다. 과중한 세금이 기업 활동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나는 소득과 자산 모두에 누진세를 적용할 것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미국에선 가장 높은 세율이 39.6%입니다. 한때 한계세율이 90%였던 적도 있었는데 그 후 70%, 50%, 그리고 현재 39%대까지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절에도 엄청난 투자와 생산성 증가가 이뤄졌습니다. 훌륭한 기업인은 비즈니스 기회와 아이디어에 열정을 보이지 소득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헨리 포드 포드자동차 창업자 모두 세금과 관련 없이 그들의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세금이 엄청나게 높은 북유럽 국가의 기업들이 선전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잘못된 정치가 경제와 사회를 망친다고 주장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자연스러운 동반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개념은 사기나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미국의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기업자본주의입니다. 최대 수익만 보장되면 세계 어디로든 자본을 이동시킬 수 있는 자본가들의 이해관계는 일반 시민들의 이해와 엇갈리게 마련이죠. 그렇다면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이끌어갈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이끌어갈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올 것입니다.”
-정치가 우리 삶을 방해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미국의 경우를 보면 지도자가 온갖 이해집단에 휘둘리다 중요한 문제를 망쳐버리곤 합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며 시간만 질질 끌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거죠. 이 이해집단들이 일반 시민의 이해를 대변하면 또 모르겠는데 보통은 기득권·관료들의 이익만 대변하죠. 따라서 지도자는 결연해야 하고, 국민도 갈등해결 능력이 있는 지도자를 선출해야 합니다. 또 정치가 경제 영역을 뚫고 들어와 망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규제입니다. 필요한 규제도 있지만 선한 의도로 만든 규제마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이상한 결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의 규제와 세금 정책은 반드시 주기적으로 검토돼야 합니다. 통과된 모든 규제에 대해 언제 결과를 검토할지, 언제 규제를 수정하거나 폐지할지 미리 정해야 합니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오바마 행정부가 긴축정책 대신 경기 부양을 선택한 것은 옳은 일이었습니다. 긴축정책은 너무 오래 걸리고 너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줍니다. 돈을 찍어내더라도 더욱 많은 사람이 인프라 확충 같은 부문에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국민이 쓸 수 있는 가용 소득이 없으니 정부로선 그걸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합니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거라고 했지만 지난 5년간 인플레는 없었습니다. 양적완화는 부자들에게 득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줬습니다.”
-한국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이 큰 화두입니다. 국민연금과 비교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공무원들이 연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능력한 공무원이 너무 많다면 그런 비생산적인 인력은 정리하는 게 맞겠죠. 그들에게 다른 일자리가 없다면 실업수당 등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 돈 역시 세금에서 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향후 공무원들이 덜 받는 선에서 해결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사회적 마케팅 솔루션』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마케팅은 무엇이고, 효과가 좀 있었나요.
“최근 다섯 번째 에디션을 발간했습니다. 그 책엔 사회적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 200개가 소개돼 있죠. 사회적 마케팅이란 ‘4P(제품·가격·유통경로·판매전략)’나 ‘STP(시장 세분화, 타깃 설정, 포지셔닝)’ 같은 마케팅 이론을 활용해 금연을 유도하거나 마약을 끊게 하거나 알코올중독을 근절하는 활동입니다. 또 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게 하고, 운동을 장려하며, 항상 손을 깨끗이 씻도록 하는 목표도 세울 수 있죠.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도록 마케팅을 하는 겁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마케팅의 역할은 사람들에게 물질적 재화에 대한 건전한 욕구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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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 1931년 미국 시카고 출생. 시카고대 경제학 석사, MIT 경제학 박사. 62년부터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구루’ 4위. 『마케팅 개론』 『마케팅 3.0』 등 55개 저서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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