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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사회일반

교계 사례비 논란, 비기독교 종교인 월급은

법왕청 2016. 3. 10. 10:04

"생계 걱정 없이 사역 전념할 정도는 돼야"


한인교계 목사 사례비 적정선은





사례비 논란 식지 않는 건
교회 재정에 대한 불신 탓

월급 책정? ‘대접 문화’ 인식
작은 교회 목사는 생계도 어려워

미국교회, '교사' 수준으로 책정
비공개나 너무 많은 건 문제


종교인에게 '돈'은 어떤 의미일까. 성직자에게 돈은 참 애매하다.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문제다. 최근 한인 교계에서는 목회자 월급(사례비) 논란이 일었다.


사례비 공개를 두고 교계와 SNS 등에서는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인들은 10명 중 9명이 "사례비는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주중앙일보 3월1일자 A-1면ㆍ3면>

교계 현실은 생활비도 제대로 못 받는 미자립교회 목사부터 연봉이 10만 달러가 넘는 대형교회 목사까지 사례비의 범위는 넓다. 목사와 돈, 왜 이슈가 됐을까.

목사 사례비는 그동안 '대외비'로 여겨졌다. 사실상 사례비를 포함, 재정을 외부에 상세히 공개하는 교회는 몇 되지 않는다.

이번 논란은 교회 재정에 대한 불신 여론이 바탕 됐다.

최근 미주중앙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출석교회는 세부적인 재정내역을 공개하는가"라는 질문에 67%가 "아니오" 또는 "모른다"고 응답했다.

그래서일까.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됐던 유진소 목사의 사례비 공개는 "담임목사와 부목사 간의 사례비 격차를 줄이려 했다"는 공개 취지보다, 액수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실제는 더 받을 것" "대형교회 목사 월급치고 너무 적은 액수라 믿을 수 없다" 등 의심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본지 취재 결과 ANC온누리교회는 유 목사에게 공개된 사례비 외에 추가로 자동차 유지비용, 건강보험만을 제공하고 있었다.

논란은 여전하다. "그래도 못 믿겠다"는 것이다.

교인 지성원(32ㆍ풀러턴)씨는 "목회자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교인들이 얼마나 기독교에 신뢰가 없는 상태인지 깨달아야 한다"며 "요즘 목사들이 하는 말은 정말 못 믿겠다"고 전했다.

반면 교인 레이 김(34ㆍ토런스) 씨는 "일부 유명 목사들이 유 목사의 사례비 공개를 비난한 것으로 안다. 도대체 그들은 왜 발끈하는가"라며 "아마도 본인이 받는 돈과 유 목사 월급이 비교되자 눈치가 보여 이슈화되는 게 싫었던 것 아니겠느냐. 정작 본인들은 사례비 공개도 못하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목사들은 왜 사례비 공개를 꺼릴까.

미주지역 한 대형교회에서 시무장로로 재정을 담당했던 성락범(78) 씨는 "원래 세례교인이 출석교회의 재정내역을 요구할 경우 1센트의 용도까지 정확히 명시된 지출보고서를 알려주는 게 맞는 건데 요즘 그런 교회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예를들어 보통 중대형교회 목사들은 자녀교육비, 주택비, 차량유지비 등 모두 합해서 보통 월 1만 달러 안팎의 돈을 받는다. 이런 게 다 공개되면 자칫 교인들이 시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LA지역 대형교회 장로였던 김모씨는 "교회 크기에 따라 거기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한다는 '대접' 인식 때문에 아무래도 일반 직장인 연봉보다는 많이 주는 건 사실"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목사 사례비 같은 경우는 당회나 교회 핵심 관계자가 아니면 잘 공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자립교회 사정은 또 다르다.

LA지역 한 목회자는 "사실 헌금 액수가 얼마 되지 않아서 생활비 자체도 충당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면에서는 공개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너무 적어서 공개를 못 하는 사정도 있다"고 전했다.

교회는 비영리단체다. 상식적이라면 '돈'을 위해 목회를 하는 경우는 없다. 그럼에도, 목사에게는 왜 사례비가 필요할까.

목사는 독신을 추구하는 타종교와 달리 결혼이 가능하다. 부양가족이 있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는 타종교인에 비해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

또, 개신교회는 각 교단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개별교회 형태로 운영된다. 목사 사례비에 대한 특정 기준이 없다. 각 교회 당회가 임의로 결정할 수 있다. 월급이 교회마다 천차만별인 이유다.

풀러신학교 김세윤 박사는 "사례비는 복음의 효과적 선포를 위한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교회는 목사가 생계 걱정 없이 사역에 전념할 수 있게 합리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대신 온갖 부대비용을 다 붙여서 얼마인지 모르게 가려놓는다든가, 일반 교인에 비해 수입이 너무 과한 건 하나님 앞에 옳지 않다"며 "반면 교회 사정이 어려워서 목사를 제대로 지원하는 게 힘들다면 사모가 일을 하거나, 목사도 다른 직업을 통해 수입을 얻도록 교회가 '이중직'을 허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런스 지역 미국교회 재정팀 제임스 한 씨는 "우리는 합리적인 사례비 책정을 위해 목사의 주요 기능과 엇비슷한 사회 내 직업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목사는 기본적으로 성경을 가르치고 성도를 목양한다. 목사는 대학원(목회학) 학력자이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사회의 '교사'와 비슷하다고 봤다. 사례비는 그 정도 선에서 지급된다"고 전했다.

또 그는 "목사도 우리(평신도)와 다르지 않다. 우리처럼 정해진 월급을 받고, 거기서 세금을 떼며, 그 돈에 맞춰서 생활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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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독교 종교인 월급은

원불교 교무 월200달러 선
스님·사제 월1000달러 내외


타종교인의 월급은 어떨까.

미주중앙일보는 LA지역 원불교, 가톨릭, 불교 등에서 종사하는 종교인의 월급을 알아봤다.

우선 원불교에 따르면 원불교 교무의 기본 수당은 38만 원(약 310달러ㆍ기혼교무는 76만 원)이다. 해외의 경우 100~200달러를 더 받지만 교당 사정에 따라 차이는 있다. 물론 차이란 '덜' 받는 것이다. 독신인 원불교LA교당 양은철 교무는 "교무는 교당에 거주한다.

나는 수년째 월 200달러씩 받는다. 기본수당은 못 받지만 딱히 불만은 없다"며 "우리는 '출가자' 아닌가. 내가 소유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의식주 해결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LA달마사 한 스님은 "사찰마다 약간씩 다르다. 다만, 스님들은 사찰에서 의식주를 제공받기 때문에 큰 돈이 필요 없다"며 "우리 주지 스님의 경우 월 1000달러 미만의 생활비를 받는다"고 밝혔다.

LA지역 가톨릭 사제들에 따르면 교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800~1500달러의 월급이 지급된다. 성삼위성당 김 프란치스코씨는 "사제에게는 생활비와 기본적인 건강보험만 제공된다. 숙식은 사제관에서 해결한다"며 "신부도 개신교 목사처럼 결혼주례 같은걸 하고 개인적으로 돈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보통 성당에 반납한다. 만약 그걸 착복하는 신부가 있다면 신부 자격에 합당하지 않는 행위로 여긴다"고 말했다.

가톨릭에서도 월급 공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 2011년 한국 천주교 부산교구 황철수 주교가 월급을 공개했었다. 주교는 가톨릭의 고위 성직자다. 황 주교가 공개한 월급은 총 243만 원(한화)이었다.

당시 황 주교는 공개 이유에 대해 "신자들이 성당 재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부분 타종교인들은 이번 목사 사례비 논란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한 종교인은 "헌금은 공금 아닌가. 목사 사례비를 공개하는 게 도대체 왜 논란이 되는 것인가. 오히려 밝히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종교인은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의 사례비 항목을 본 뒤 기자에게 "교회 목사들은 보통 이 정도 받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무리 가정이 있다 해도 같은 종교인의 관점에서 볼 때 너무 과한 액수 같다. 신도 중에도 요즘 저 정도 버는 사람이 드물 텐데…우리는 '나'를 버리고 종교의 길을 걷는 사람들 아닌가. 정말 저렇게 큰 돈이 필요한가"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