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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미주사회

하나 둘씩…교회 건물이 팔린다

법왕청 2016. 7. 12. 16:02

하나 둘씩…교회 건물이 팔린다


미국 교회들 속속 용도 변경
부동산 개발 회사들에 매각
건물 유지 비용 감당 어려워
교세ㆍ헌금 감소해 재정 부족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지역의 세인트 페트릭스 교회는 곧 주상복합단지로 재개발된다. 부동산 개발업자인 롭 우들링 씨가 용도 전환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

교회들 공간 활용 고민할 시점
건축보다는 건물 나눠쓰는 추세


최근 미국 내 교회 건물들이 바뀌고 있다. 종교적 용도에서 다른 목적으로 전환되고 있어서다. 이는 교계에 경종을 울린다. 흐름은 무섭다. 기독교계의 미래가 반영된 현실이기 때문이다. 곳곳에서는 교회의 건물 용도가 전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통해 교계의 현실을 되짚어 본다.

최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지역 세인트 패트릭교회가 문을 닫았다.

이 교회는 1910년부터 이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유서 깊은 건물로 알려졌지만 최근 한 부동산 개발 회사에 팔렸다. 곧 건물을 헐고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달 매사추세츠주 펨브룩 지역 세인트 프란세스카브리니교회에서도 마지막 예배가 진행됐다. 교구에서 교인이 줄어들어 문을 닫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뉴욕의 경우 148년 된 리디머교회 건물이 2000만 달러에 매각됐다. 인근 지역에 프로 농구팀 경기장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개발을 위한 목적으로 매각이 이뤄졌다. 교인 감소로 인해 줄어든 재정으로 낙후된 건물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워싱턴DC 쇼스크립트교회, 그리스도루터교회, 메르디안힐침례교회 등도 아파트, 콘도, 타운하우스 등으로 재개발된다.

권태산 목사(올림픽장로교회)는 "요즘은 교회 건물이 팔리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건 사실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기독교의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물론 안타깝지만 건물이 팔린다고 '교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건물은 '성전'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의 중요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일까. 교회 건물이 매각되는 흐름과 함께 건축 역시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개발 관련 조사 업체인 닷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교회를 비롯한 종교 기관 건물 신축 총 규모 1030만 스케어피트로 전년보다 6% 감소했다.

닷지데이터측은 "1967년 조사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며 종교 건물 신축이 정점을 찍었던 2002년과 비교하면 무려 80%가 줄었다"고 밝혔다.

김병학 목사(주님의교회)는 "건물로 인한 어려움은 앞으로 많은 교회들이 체감하게 될 매우 실제적인 문제"라며 "이는 공간활용의 관점에서도 생각해야 한다. 특히 이민교회는 다인종 사회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공간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이를 위한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요즘은 교회끼리 건물을 나눠쓰는 경우도 많다.

LA한인타운내 B교회의 경우 예배실 임대 광고를 냈다.

이 교회 관계자는 "교인이 얼마 없어서 재정적으로 건물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다른 교회에 2000달러에 렌트를 주고 예배 시간을 다르게 해서 건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목사들 사이에서는 카페, 사무실, 학원 등을 렌트해서 교회를 운영하기도 한다.

조니 이(38·토런스) 목사는 "과거와 달리 요즘 목사들은 그렇게 '건물'에 목숨 걸지 않는다. 오히려 건축에 신경을 쓰다가 교회 본질에 대해 많은 부분을 놓친 게 오늘날 교계 현실"이라며 "특히 건물 유지 때문에 교회들이 워낙 힘들어하다 보니까 교인들 인식도 많이 변해서 건축을 지양하고 좀 더 실리적인 교회 운영을 원한다"고 말했다.

한인 2세 데이브 로 목사(어바인)는 "각 교회 주일학교를 유심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예전처럼 아이들이 교회에 많이 없기 때문에 설령 건물을 크게 짓는다 해도 수십 년 후 그 공간에 사람이 다 찰 수 있을까"라며 "다음 세대에게 남겨야 할 유산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올바른 교회론과 복음의 가치다. 그런데 자꾸 1세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건물을 짓는다고 하니 정작 누구를 위한 건축인지 되돌아 볼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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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교회는 이슬람 사원으로…

유럽 전철 밟는 미국 교회
미국 모델 삼은 한국 교회


유럽의 경우 교회의 용도 변경 이슈는 심각하다.

하트포드신학교 스콧 섬마 교수(종교학)는 "아마 30년 내 미국교회도 유럽과 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교계 관계자들은 만약 미국교회가 흔들리면 이를 모델 삼아 성장했던 한국교회와 그 영향권에 있는 미주 한인교계도 같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데 견해를 같이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기획 기사에서 "지난 10년간 네덜란드 내 교회(1600여 개) 중 3분의 2가 폐쇄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덴마크에서는 이미 200여 개의 교회가 사라졌으며, 독일은 지난 10년간 공식적으로 515개의 가톨릭교회가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에서 사역중인 김모 선교사는 "지금 유럽교회의 가장 큰 이슈는 기독교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건물이 술집이나 다른 단체에 매각되는 것"이라며 "현재 유럽은 이슬람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데 더 심각한 건 교회의 상당수가 이슬람 사원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럽에서는 교회 건물이 무슬림을 위한 모스크나 서커스 훈련학교, 술집, 스케이트 보드 연습장, 슈퍼마켓, 서점, 체육관, 꽃가게 등 상업 용도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북 군산의 대표적인 한일교회는 지난 2014년 의료시설에 매각됐다. 판교 충성교회는 입주 3년 만에 법원 경매로 넘어가 개신교가 이단으로 규정하는 '하나님의 교회'가 288억 원에 단독으로 낙찰한 바 있다.

미주 지역의 경우 한빛지구촌교회, 나성열린문교회, 삼성장로교회 등이 파산 또는 차압 등으로 건물을 반납한 바 있다.

한편, 가주는 미국 내에서 조지아, 플로리다, 미시간주와 함께 교회 건물 차압 사례가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최대 부동산 정보업체인 코스타 그룹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미국에서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건물이 경매에 넘어간 교회는 무려 500여 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