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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미주사회

영화 ‘나랏말싸미’ 26일 시카고 개봉

법왕청 2019. 7. 25. 09:45

영화 ‘나랏말싸미’ 26일 시카고 개봉


훈민정음 창제 과정 담았다
나일스 AMC Niles 12



훈민정음 창제 과정을 스크린으로 옮긴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가 26일 시카고(나일스 AMC Niles 12)를 비롯한 미주 전역에서 개봉한다. 

‘나랏말싸미’의 큰 틀은 드라마·영화 등으로 숱하게 변주돼 온 세종의 애민정신과 한글 창제 이야기다. 수천년 한자 문화권에 갇혀 있던 나라말 체계를 산스크리트어·티베트어·파스파 문자 등과 접목을 통해 소리문자로 탄생시켜가는 산고와 희열이 생생하다. 


“먹고 살기도 벅찬 백성이 배워서 쓰려면 무조건 쉽고 간단해야 한다”는 세종의 신념에 따라 처음엔 자음, 다음엔 모음, 마침내 형태음운론적 완성체로서의 신생 문자가 모습을 드러낼 때, 공기 같은 한글이 새삼 떨리듯 다가온다. 

특히 창제 주역을 놓고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이라는 주류 학설 대신 신미 스님(박해일)이라는 제3의 인물을 끄집어냈다. 세종이 유언으로 신미 스님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祐國利世 慧覺尊者)’라는 법호를 내렸다는 한줄 기록에서 착안해 상상력으로 재창조한 인물이다. 

또 하나 팩션으로 재가공된 인물은 소헌왕후(전미선)다. 숭유억불 조선 왕조에서 내밀히 불교를 숭상하는 소헌은 대립의 고비 때마다 돌파구를 마련해주는 ‘숨은 여장부’로 제시된다. 


그가 궁녀들을 통해 ‘언문’을 전파하면서 “언제까지 우리가 까막눈으로 살아야 하느냐”고 기품 있게 토로할 때, 오랫동안 공기처럼 스크린을 지켜온 중견 배우를 잃은 게 새삼 안타깝게 다가온다. 전미선으로선 송강호·박해일과 ‘살인의 추억’ 이후 16년 만에 삼자 호흡을 맞춘 게 유작이 돼 버렸다. 


세종의 이미지를 “새롭고 창의적으로 파괴”하려 했다는 송강호는 전작 ‘기생충’의 소시민을 남김없이 지웠다. 

송강호로선 913만명을 동원한 ‘관상’(2013)과 624만명을 모은 ‘사도’(2015) 이후 세 번째 사극 주연이다. 

‘사도’ 각본을 포함해 ‘평양성’(2011),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등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사극에서 제작·기획·각본으로 잔뼈가 굵은 30년 영화인의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