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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국내 불교소식

“미얀마 살생 멈춰라” 죽비소리…5시간 오체투지 나선 스님

법왕청 2021. 5. 23. 13:11

“미얀마 살생 멈춰라” 죽비소리…5시간 오체투지 나선 스님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지몽 스님
“종교는 사람들 고통과 함께 해야”
미얀마 대사관~종각 5시간 행진
특별입국도 신청했지만 군부 불허
“폭력 끝날 때까지 평화기도 계속”

 

“미얀마의 비폭력 평화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3월 12일 정오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한 스님이 죽비를 들었다.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연설을 한 뒤였다. 그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죽비를 치자 승복을 입은 이들은 합장한 자세로 두 무릎을 꿇었다. 이어 합장을 풀고 절하며 이마를 땅에 댔다. 뒤이어 미얀마인 4명이 가세했다. 모두가 입은 조끼엔 미얀마 민주화를 기원한다는 문구가 미얀마어와 한국어로 적혀 있었다.

봄비가 내린 이 날 오체투지(五體投地·엎드려 합장하는 불교의 인사방법) 행진은 5시간 넘게 이어졌다. 옷이 더러워졌고 이마엔 시커먼 검댕이 묻었다. 미얀마 대사관에서 6㎞ 떨어진 종각 부근에 이르러서야 죽비소리가 멈췄다. 목탁 대신 죽비와 마이크를 잡은 이는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사노위) 위원장인 지몽 스님이다.

“종교는 사람들의 고통에 함께해야”

미얀마를 위한 오체투지는 그의 평소 지론에 따른 일이었다. “종교가 사람들의 삶과 문제에 참여해야 하며, 사람들이 고통받는 곳에 함께해야 한다”는 것. 지몽 스님은 2017년 초엔 국립중앙의료원 등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이의 곁을 지키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세상과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도왔다. “웰다잉(Well-dying)을 위해 구슬땀을 흘릴수록 더 많은 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한다.

그가 속한 종단 내 단체 사노위는 인권, 산업재해, 무연고 사망자, 부당해고 등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제주 4·3사건, 5·18 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희생자, 송파 세 모녀, 변희수 하사 등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불교의 나라에서 살생이 벌어지다니…”

지난 1월 사노위 위원장으로 선출된 지몽 스님은 2월 미얀마에서 일어난 군부 쿠데타와 그 이후 진행된 시민에 대한 폭력 진압을 지켜봐야 했다. “불교의 나라에서 살생이 벌어지다니…”라는 생각에 타국이지만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월 25일 미얀마 대사관에서 군부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기도회를 연 것을 시작으로, 지난 3월 오체투지 행진, 같은 달 27일 조계사 추모 기도를 이어갔다.

직접 미얀마 현장에 가야겠다고 생각에 혜도 스님, 종수 스님과 함께 미얀마 대사관에 특별입국 신청을 했다. “고통과 슬픔의 현장에서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게 종교인의 도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일반 비자는 발급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미얀마 대사관은 3주 뒤 특별입국을 불허했다. 양한웅 사노위 집행위원장은 “입국 거부 입장을 전한 대사관 직원이 ‘외무부의 입장은 곧 군부의 입장’이라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별입국이 좌절됐지만, 지몽 스님은 19일 미얀마를 위해 계속 기도하면서 다른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부처님도 평생을 사회 문제에 관심 가지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셨어요. 몸은 가지 못하지만, 미얀마에서 살생과 폭력, 위험과 고통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그들과 연대하며 평화 기도를 계속할 겁니다.” 그의 간절한 석가탄신일 바람이다.

 

 

법왕청 일붕문중회 일붕정법보존회 법영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