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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자유게시판

생각하기 나름

법왕청 2013. 2. 18. 19:38

생각하기 나름

                                                                      이정옥(부산연꽃모임 회장) 

 

전라도 지역 사돈 맺었지만
우리집엔 ‘영·호남’ 없어
‘좋기만 한 것’, ‘나쁘기만 한 것’ 없어
 

나의 사돈은
나와 가족은 경상남도 부산에 살고 있는 ‘경상도’ 사람이다.

16년 전, 둘째 딸이 전라도 영광 사람과 결혼하면서 전라도 지역의 사람과 사돈을 맺게 됐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지역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안 될 말들을 쉽게 사용하고 있었다.

 ‘전라도’, ‘경상도’. 말만으로도 서로가 이미 상처를 안고 사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 사돈 관계는 너무나 좋은 인연으로 서로가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우리 사돈이 세상에서 가장 점잖은 분들이라고 힘주어 자랑한다.


선조로부터 좋은 가풍을 이어받은 사돈 내외를 우리 가족은 존경하고 있다.

사돈도 마찬가지로 “우리 부산사돈 같은 사람 어디 있당가?”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칭찬하며 한 번도 우리 사이엔 경상도 사람이 어떻고 전라도 사람이 어떻고를

해 본 일이 없다.

 

더구나 우리 딸과 사위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음에

그저 고맙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좋은 인연에 감사하고 가을이면 김장을 15년이나 해서 보내오고 있다.

갓 찧은 쌀이며 고춧가루며 콩이랑 아무튼 뭘 주고 싶어 하시는 우리 사돈에게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정도다.


사돈은 아들 딸 5남매를 너무도 훌륭히 잘 키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물로 키우셨다.

지금 우리 사돈은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최고의 행복을 느끼며 살고 계시리라 생각 된다.

두 분 어른의 교육과 인성이 이처럼 큰 보람의 삶을 이루셨으니 나는 ‘우리사돈 만세’라고 늘 인사한다.


그 동안엔 시골에서 흙과의 생활이 고되었지만 이젠 아무걱정 없는 행복으로 건강하시길 나는 늘 축원 드리고 있다. 그리고 이웃의 친구보다 가까운 우리사돈 전라도 사람, 이젠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같은 대한민국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특히 선거 때마다 혼사 때마다 왜 ‘경상도’, ‘전라도’로 거부반응부터 일으키는지 모르겠다. 삼가하고 존중하여 서로 우리처럼 사랑했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 자랑으로는 많이 부족한 우리 딸의 점수를 나보다 더 크게 주시는 우리 사돈이 마냥 고맙고 우리 사위 또한 우리 집의 든든한 큰 아들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전국 어디서라도 우리는 한 민족 한 핏줄이니 생각의 망상 지우면 다 좋은 사람으로

살게 되리라 믿는다. 내가 미국 가서 살면 미국의 시민이고 미국사람 우리나라에 와서

살면 한국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누구나 똑 같음을 인식하면 우리 모두가 평안해지리라. 사돈 내외 분 사랑합니다.

 

부산의 눈과 서울의 눈


내가 살고 있는 부산엔 눈이 잘 오질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 어쩌다 내린 눈 위에서 놀았던 기억이 있어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눈을 기다린 적이 있다. 며칠 전 결혼식이 있어 서울에 갔다가 우리 아이들이 모두 서울에 있어서 딸집으로 갔다. 가는 도중 눈이 내리기 시작 하더니 밤사이 너무도 많은 눈이 내렸다. 아침 창밖을 내다보았더니 세상이 모두 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싸박 싸박 눈을 밟으며 길을 걸으려 했는데 길은 미끄럽고 내 몸은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가방을 끌고 너무 힘들어 택시를 타고 조계사로 갔다. 마침 입춘기도 회향으로 스님의 우렁찬 축원이 경내를 가득 채웠고, 법당엔 발 디딜 틈 없이 신도들로 가득했다.

할 수 없이 법당 마당 나무아래 서서 합장하고 함께 기원을 드리는데 갑자기 머리위에

큰 눈덩이가 떨어져 깜짝 놀랐다. 하지만 나는 오랜만에 보는 눈이라서 마냥 좋기만 했다.
한번 들리고 싶었던 현대불교신문사를 방문하고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면서 부처님 일 하는 그들이 고맙고 거룩하게만 보였다.


친구랑 둘이서 모처럼 인사동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쇼핑도하고 차도 마시며 마치 이국인처럼 거리를 활보했지만 그토록 즐거울 것 같았던 눈길은 무척 불편하고 힘이 들었다.

 

눈을 자주 볼 수 없는 우리 부산사람 생각으로는 눈만 오면 좋을것 같았는데 불편함을

느껴보니 우리 따뜻한 부산이 또 내 고향땅이 다시 생각났다.

 

그래도 적당한 눈의 아름다움을 한 번쯤은 볼 수 있으면 하고 기다린다. 녹지 않은 물건이라면 택배로 선물할 수 도 있을 터인데…. 눈(眼)에 담아온 서울 하늘과 조계사 지붕의

하얀 눈은 내게 한 동안 깊은 추억이 될 것같다.


또 설날이 되었다. 음식을 먹으면 힘이 생기지만 나이를 먹으면 거꾸로 힘이 사라지는

내 나이 칠순에 무엇으로 세상 빚 다 갚을까 걱정이 된다. 꿈꾸듯 흘러가는 ‘지금’을 바로 보고 지금을 사랑하고 지금을 용서하며, 행복한 모습으로 손 흔들어 회향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또 정진해야 할 것이다.

 

주고 또 주어도 줄지 않는 사랑과 기쁨을 만들고 좋은 인연에 감사하며, 진실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임을 함께 느껴지길 바라며 ‘오늘’이 다시 만날 수 없는 임진년 그믐밤임을

아쉬워하며 새해를 맞이한다.

 

새해 癸巳년엔 하늘의 해처럼 밝은 얼굴 밝은 가슴으로 모두가 행복하길 다시 한 번 축원 드리며 지나온 많은 시간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