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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자유게시판

투금탄 <投金灘>

법왕청 2013. 9. 19. 20:04

                             투금탄 <投金灘>

 

                                                                                                                혜남스님 / 통도사 전계사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어떤 신도님의 집안 이야기를 들었다.

 

4남매가 같은 도시에 살고 있는데 일요일은 모두 모여서 우정을 나누고 셋째 주 일요일은

함께 어머님 묘소에 찾아가 꽃을 올리고 온다고 하였다.

 

얼마 전 막내가 부도가 날뻔 했을 때는 모두 힘을 합하여 위기를 면했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본 아이들도 자발적으로 저희들끼리 토요일마다 모여 우정을 나누고

셋째 토요일은 할머니 묘소를 찾아 꽃을 올리고 절을 올린다고 하였다.

 

풍요롭게 살지는 못할망정 자녀들이 오손도손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면

그 어머니의 영혼은 편안하고 즐거울 것이다.

 

고려말의 학자인 이조년(李兆年)이 소년 시절에 형인 억년과 함께 서울 근교의 한가한

강변을 걷다가 금덩어리를 주어 형제가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기쁨에 넘쳐 발걸음을 재촉하여 양천나루에 이르렀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이조년이 벌떡 일어나 금덩어리를 물속에 던져버렸다.

 

형이 깜짝 놀라 무슨 짓이냐고 꾸짖었다.

이조년이 말했다. “형님, 금덩어리를 버리고나니 마음이 편합니다. 금덩어리를 주어

형님과 나누어 갖고 난 후 온갖 생각을 다했습니다. 나중에는 형님이 원망스럽고

심지어 형님을 해치고 빼앗고 싶은 충동까지 생겼습니다. 우리 형제가 우애 좋기로

소문이 났는데 금덩어리로 인하여 원수가 되겠구나! ‘황금은 요물’이라는 옛사람의

 말씀이 옳구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러 요물을 버렸습니다.”

 

이 말을 들은 형은 “자네 말이 옳네. 나도 같은 생각을 하였다네” 라고 말하며 자기가

갖고 있던 금덩어리도 강물에 던졌습니다.

 

사람들은 금덩어리를 던진 여울이라는 뜻으로 ‘투금탄(投金灘)’이라고 불렀다.

 

멀리서 들려오는 종단의 소식은 심상치 않는 것 같다. 나라 소식도 그러하다. 지금

쌓인 난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종단의 화합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자신이 금덩어리라고 생각하는 물질과 명예와 권세를 도도히

흐르는 강물 속에 던져버림으로써 풀릴 것 같다.

 

참고로 한강에 금덩어리를 던진 이조년은 성산군에 봉해져 금일에 이르도록

꽃다운 이름을 빛내고 있으며 그 형제들도 국가를 위하여 큰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