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금동대향로가 ‘道敎’ 문화재? 國博, 도교의 대표유물로 전시 중 | |
[이학종 칼럼] 왕실원찰 출토품이므로 法具 아니다? 불교계·불교미술학계 무관심…절밖 성보에도 관심을 |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은 국가기관인 만큼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물며 박물관의 주요 기능 중의 하나인 전시기획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어떤 전시를 할 때, 견강부회하거나 특정한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해서는 곤란하다. 이유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지난 12월 10일부터 내년 3월 2일까지 ‘한국의 도교문화
-행복으로 가는 길’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도교문화를 상징하는 전시유물로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를 내세운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전시와 관련해 “국내 최초의 도교 관련 종합 특별전”
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특히 “그 동안 부여에 가서야 볼 수 있었던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 국립부여박물관)가 국립중앙박물관 역사상
최장 기간 전시될 예정이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백제문화의 정수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절터에서 발견되어 누가 보아도 불교의 문화재임을 알 수 있는
백제금동대향로를 도교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둔갑시키고 있는 것이다.
과거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될 당시, 뿌리 내리고 있던 도교와의
접목이 있었고, 그런 가운데 불교의 성보에 도교의 요소가 가미되거나
혼재되었다고 해서 절에서 부처님께 향공양을 올릴 때 사용했던 향로를
도교를 대표하는공예품으로 분류해 국립기관에서 대대적인 전시
선전을 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백제금동대향로를 불교문화재이기보다는 도교의
문화재로 보려고 하는 의도는 이번 기획전시가 처음은 아니다.
국보 제287호 백제금동대향로. 부여박물관 소장. 능산리 절터에서 출토된
'불전 공양구' 백제금동대향로가 도교문화의 대표적 유물로 둔갑되어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에 전시되고 있는 중이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선정 우리 유물 100선’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백제금동대향로를 ‘백제시대 도교와 불교의 복합적 문화양식을 엿볼 수
있는 화려한 장식과 과학적인 설계가 일품인 아름다운 유산’이라며,
도교적 측면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설명 전반에 신선사상 등을 되풀이해 강조하는 것은 물론, 이 향로가 절터에서
발견되었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평가절하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설명을 더 살펴보자.
“전면에 베풀어진 세부 도상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지만
천상계인 정상에는 양을 대표하는 봉황을 두고, 그 아래 뚜껑에는 지상의
동물 및 인물상(신선), 그 밑인 몸체에는 연꽃을 중심으로 수중생물이나
물과 관련된 동물, 그리고 제일 아래쪽에는 음을 대표하는 수중동물인 용을
배치한 것으로 음양사상에 기본을 두고 배치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이 향로의 전체형상이 용의 입에서 나온 기운으로 연꽃봉오리가
만들어지며 이 연꽃봉오리 속에서 모든 도상이 형성되는 것이 불교의
연화화생을 의미하며, 이것을 연화장 세계 또는 수미산으로 보는 견해도
제시된 바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불교와 도교의 복합적인 요소로 꾸며진 문양이 시문된
것은 무령왕릉 은제 탁잔, 부여 외리 출토 문양 전에도 보여, 백제적인
문양표현의 중요한 특징이다.
아울러 이 향로가 출토된 절터가 불교의 일반적인 수행사찰이 아니고,
백제 왕릉인 능산리고분군의 원찰인 만큼 이 향로의 용도도 전형적인
불교의식 법구가 아니고, 백제왕실에서 선왕을 제사 지낼 때 사용하기
것이기 때문에 이 향로에는 당시 백제왕실의 사상관을 압축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이 글은 “이 향로가 출토된 절터가 불교의 일반적인 수행사찰이 아니고,
백제왕릉인 능산리고분의 원찰인 만큼 향로의 용도도 전형적인 불교의식
법구가 아니고, 백제왕실에서 선왕을 제사 지낼 때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 향로에는 당시 백제왕실의 사상관을 압축하고 있다는…” 운운하며
애써 불교의 성보가 아니라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왕실의 원찰은 일반 사찰과 절이라는 이름만 같고 법구나 의식 등은
다른 것은 다르다는 말이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런 논리대로라면, 조선 500년을 거치면서 지정되거나
건립된 수 없이 많은 원찰들은 일반사찰과 구분이 되어야 하고, 그곳에
있는 법구들은 일반적인 사찰의 법구와 달리 봐야 하므로 불교법구로
보기가 어렵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현존하는 천년고찰들 상당수가 왕실의 원찰이거나 능침사찰이었으니,
국립중앙박물관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향로의 전체형상이 용의 입에서
나온 기운으로 연꽃봉오리가 만들어지며 이 연꽃봉오리 속에서 모든 도상이
형성되는 것이 불교의 연화화생을 의미하며, 이것을 연화장 세계 또는
수미산으로 보는 견해도 제시된 바 있다”며 백제금동대향로에 대한 불교적
해석을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면서 곧이어 “그런데 이와 같이 불교와 도교의 복합적인 요소로 꾸며진
문양이 시문된 것은 무령왕릉 은제 탁잔, 부여 외리 출토 문양 전에도 보여,
백제적인 문양표현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불교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인상을 풍기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제가 불교를 공인한 불교국가였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면,
백제금동대향로를 불교공예품으로 보지 않으려는 모종의 흐름이
국립중앙박물관 구성원 내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이 같은 사려 깊지 못한 태도와 상관없이, 문화재청은
백제금동대향로를 불교공예(공양구)로 분류하고 있다. ‘불전에 놓인 향공양을
위한 법구’로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금이라도 이번 도교전시에서 백제금동대향로를
도교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가 아니라, 불교공예(공양구)이지만 ‘도교적 요소’가
들어 있어서 특별히 전시한다는 것으로 전시의 취지를 수정해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불교계와 불교미술 관련 학계 전문가들은 백제금동대향로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규명이 절실하다는 것을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의 도교문화
기획전시를 통해 절감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어리바리한 태도를 버리지 못한다면, 절터에서 출토된 공양구
조차 불교공예가 아닌 것으로 얼마든지 둔갑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의 ‘한국의 도교문화’전은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불교계는 절에서 소장하고 있어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근거가 되는
문화재만이 성보인 줄 알 것이 아니라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가기관이나
여타 장소에 소장된 성보에도 동등한 관심을 보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열고 있는 한국의 도교문화 기획전시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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