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종교의 만남…'뜨거운 감자' 인가
할리우드 영화 때문에 기독교계가 시끄럽다. 오는 28일 미주지역 개봉을 앞두고 있는 ‘노아’는 반기독교적 영화라는 논란과 함께 '선오브갓', '겨울왕국' 등도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
한국선 "영화 노아는 반 기독교 영화다"
28일 개봉 앞둔 미국에도 여파 미칠 듯
선오브갓·겨울왕국 등도 함께 논란 가세
"과민반응", "무비판적 수용" 해석 각각
기독교가 할리우드 영화 때문에 논란이다. 최근 성경 또는 기독교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되면서, 내용을 두고 교계에서는 성경을 왜곡하고 신을 잘못 묘사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반면 "영화는 단지 영화로 봐야 한다"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세계 영화 시장 중 지난 20일 가장 먼저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노아(Noah·파라마운트)'는 반 기독교 영화라는 비판과 함께 교회 단체 관람이 취소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노아'는 오는 28일부터 미주 지역에서도 개봉될 예정이기 때문에, 한인 교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선오브갓(21세기 폭스)', '겨울왕국(frozen·디즈니)' 등에 대해서도 기독교계에선 논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근 교계를 들썩이게 하는 할리우드 영화 논란을 짚어봤다.
◆과민반응 '노아'
20일 한국에서는 구약 성서 속 하나님의 홍수 심판을 소재로 한 영화 '노아'가 개봉됐다.
기독교계에서는 성경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에 기대가 높았지만, 막상 영화가 개봉되자 영화를 본 목회자 및 기독교인을 중심으로 이를 반 기독교 또는 뉴에이지 영화로 규정하는 성토의 목소리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SNS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심지어 교계에서는 영화를 두고 이례적으로 논평까지 냈다.
24일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을 통해 "노아는 에스겔 선지자나 히브리서 기자, 베드로가 인정한 의인인데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그런 모습을 찾기 어렵고, 하나님을 무자비한 악의 존재로 표현했다"고 했다. 정병진 목사(동탄명성교회)는 "하나님을 깎아내리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영화"라고 했고, 강성현 목사(주는교회)는 "노아가 하나님 뜻을 거역함으로 인류를 살려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러한 교계의 주장에 대해 '과민 반응'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문화선교연구원 김준영 실장은 "성경에 나오는 홍수 심판을 소재로 다뤘을 뿐 많은 부분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것"이라며 "선의 승리, 하나님의 사랑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기독교적 메시지도 있다"고 평가했다.
기독교인 레이 김(29·라이트하우스교회)씨는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다 보니 당연히 상업적인 부분을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며 "영화에 대해 너무 과한 기대 또는 실망 보다는 지혜롭게 대처하고 분별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무비판적 수용 '선 오브 갓'
지난 2월 개봉한 뒤 한인 교계에서 바람몰이를 했던 영화 '선 오브 갓'(Son of God)'은 오히려 '노아'와는 정반대 흐름이었다. 예수의 일대기를 담은 이 영화는 교계 관계자 및 목회자까지 직접 홍보 활동에 발벗고 나서는 이상 현상을 보였다.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담은 의미 있는 작품이다.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남가주사랑의교회 노창수 목사), "인간을 향한 완전하신 하나님의 사랑, 그 사랑의 포로가 되게 만드는 작품"(나성영락교회 박희민 원로목사),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을 크리스천들에게 대단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은혜한인교회 한기홍 목사) 등 한인교계 주요 목회자들은 홍보 영상 및 광고를 통해 영화를 한껏 치켜세웠다.
미국 교계에서는 '긍정의 힘'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조엘 오스틴 목사(레이크우드교회), 번영신학으로 유명한 T·D 제이크스 목사(포터스하우스교회), 유명 예언가 팻 로버슨 목사 등도 한인 교계 목회자들과 함께 홍보 영상에 참여하며 홍보에 적극 나섰다.
반면 교계 내에서는 이러한 현상과 '선 오브 갓' 영화 내용에 대해 무비판적 수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명 기독교 블로거인 팀 찰리는 "자칫하면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에겐 십자가에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팀 찰리는 "이번 영화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지만, 이를 분명히 분별하고 생각해 봐야 한다"며 "십자가의 잔혹한 처형이 감정적 자극은 될 수 있지만, 단순히 죄수를 죽이는 잔혹한 형벌을 넘어, 본질적 의미를 선명히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R·C 스프라울 목사(리고니어 미니스트리)는 "깊은 의미는 깨닫지 못하고 자칫 어떤 이미지를 통한 겉으로 드러나는 하나님만 형상화 시킬 위험성이 있다"며 "그런 영화속 이미지를 통해 눈으로 인식됐던 예수님만 떠올리고, 실제 그 의미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깨닫지 못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화 자체에 대한 비판적 평가도 있었다. 실제 '선 오브 갓'은 개봉 첫 주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지만, 이후 부실한 내용 및 구성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극배우 출신인 권태산 목사(하나님의꿈의교회)는 "평소 기독 문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선 오브 갓' 영화를 매우 기대했었다"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까 오디오 성경을 단순히 영상으로 급하게 옮겨 놓은듯한 느낌과, 들어간 제작비에 비해 구성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겨울왕국은 동성애 논란
최근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겨울왕국(Frozen)'도 예외는 아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겨울왕국'을 두고 "동성애를 노골적으로 권장하는 영화"라는 주장이 기독교 곳곳에서 제기됐었다. 심지어 이 영화를 두고 "반기독교적 세계 비밀 단체인 프리메이슨 또는 일루미나티의 영향"을 받은 영화라며, 극단적 거부 반응을 보이거나 영화 관람 거부 캠페인 등을 촉구했다.
최근 라디오 방송 진행자인 케빈 스완슨 목사는 "이 영화는 동성애와 수간을 조장하는 사악한 영화"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영화를 비판하는 기독교계에서는 주로 영화 내용 중 주인공(엘사)이 남자에 관심이 없으며, 마법을 푸는 '진실한 사랑의 행위' 역시 이성이 아닌 동성 간에 나타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 동생 안나를 도운 사내(스벤)는 사슴에게 노래를 불러 주는 등 마치 연인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또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과 노래 등의 가사를 분석해 동성애 코드로 무리하게 연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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