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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미주사회

너희가 손맛을 아느냐

법왕청 2014. 4. 7. 18:34

                                                 너희가 손맛을 아느냐 

 

                                                                                                                                                                                                   나종성 / 언론인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보건국에서 시행하려던 '맨손조리 금지법'을 재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식당 등에서 요리하는 경우 반드시 위생장갑을 착용해야 한다는 법안이다.

그 보도를 접하고 '이제부터는 맛있는 음식을 먹긴 글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의 맛은 좋은 재료와 솜씨, 그리고 정성이 좌우한다. 오랜 여행을 다녀 왔거나 힘든 일을 치른 사람들의 바람은 "엄마가 해주는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였다.

요즘은 국적불명의 퓨전 요리가 판을 친다. 예술이든 과학이든 사회까지도 자고 나면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는 마당에 요리라고 변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음식은 '퓨전'이 아닌 '고전 엄마표'다. 엄마의 손으로 만든 음식 맛의 추억은 영원하다. 이유는 딱 하나 '가족을 위한 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소금 한 숟갈에 고춧가루 조금, 다진 마늘 적당히, 한소끔 끓여서…깨소금 약간….' 세월을 거쳐 가며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가르치고 또 그 며느리가 다시 며느리에게 가르쳤던 '눈대중 손맛' 요리 방법이다.

요즘 요리 강사의 블로그에 나오는 '콘 ½컵. 랍스터 1컵. 오이스터 소스 1TBS. 간장 2 TBS 이라든가, 4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0분간 구워서'라고 정확하게 계량화된 조리법에 비하면 확실히 주먹구구식이고 비과학적인 방법이다.

그래도 그 시절 우리네 음식 맛은 지방에 따라 가정에 따라 저마다 달랐다. 전주에 가면 비빔밥이 유명하고, 안동 간고등어, 평양 냉면에 함경도 순대, 강원도 감자전, 마산 아구찜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방마다의 고유음식들. 누구네 집 김치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은 뚝딱 이라던가, 어느 집 된장찌개는 돈 주고도 못 얻어 먹는다는 이야기는 한국이라는 조그만 땅덩어리지만 각각의 개성과 독특한 맛을 지닌 음식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요즘은 이런 개성과 맛을 찾아보기 힘들다. LA에서 먹는 음식은 미국 다른 한인들이 사는 도시보다 훨씬 다양하고 맛있다는 소문이 나 있지만 막상 식당에 가 보면 거의가 비슷하다. 왜 그럴까. 예전엔 한국인들의 가장 기본적인 음식 원료인 간장, 고추장, 된장부터가 각 집에서 저마다 내려오던 나름의 방식을 따라 담갔으니 맛이 다를 수밖에…. 여기에 솜씨 있는 주부는 자신만의 비법을 찾아내 정성을 다해 가족들 밥상에 올렸으니 더 맛있었던 게 아닌가.

지금은 음식점은 물론 가정집도 공장에서 만든 간장, 된장에 고추장을 사용하고 있으니 색다른 맛이라곤 느낄 수 없다.

맛을 내는 솜씨 중의 하나는 '만드는 사람의 손맛'도 큰 자리를 차지한다. 가뜩이나 비슷한 음식 맛인데 위생을 이유로 장갑을 끼고 조리를 하라니 될 말인가.

햄버거에 샌드위치만 아는 미국 공무원들을 탓할 수는 없지만 혹시 탁상공론만 하는 부류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가주의회는 맨손조리 금지법 시행 절차와 효과를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다시는 세금 들여가며 멍청한 짓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냥 바라는 건 맛있는 요리를 먹어 보자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