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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사회일반

노인 19%가 요양시설서 생을 마친다

법왕청 2014. 6. 18. 19:14

                                        노인 19%가 요양시설서 생을 마친다

 

 

3년 새 크게 늘어 3만6000명
'집에서 임종' 5만 명으로 줄어
"돌보는 가족 지원 늘리고 요양시설 서비스 질 높여야"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숨지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치매·중풍·고혈압 등을 앓는 노인이 늘고 이들이 그런 곳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치매를 앓던 유씨 할머니는 경기도 안산의 한 요양원에서 2010년 6월 숨졌다. 당시 88세. 인천의 한 교회에서 기거하다 온 지 2년3개월 만이다. 자식들은 할머니를 찾지 않았다.

 

요양원 측이 동사무소를 통해 자식들에게 내용증명으로 알렸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간식을 챙겨주는 자식을 둔 옆 병상 환자를 부러워했다.

 

가끔씩 요양원을 나가 구걸해서 간식을 사왔다고 한다. 임모 원장은 “할머니가 사망 전에 귤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못해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씨 할머니처럼 2012년 사회복지시설(요양시설)에서 숨진 사람은 1만233명이다(통계청). 여성이 6993명으로 남성(3240명)의 두 배가 넘는다. 요양병원 사망자는 2만5819명으로 더 많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 해 3만6052명이 요양시설·요양병원에서 생을 마감한 셈이다. 3년 만에 60%가 늘었다.

 

그해 노인 사망자의 18.7%에 달한다. 반면 재택(在宅) 임종은 크게 줄고 있다. 정부가 사회복지시설 사망자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4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복지시설 사망자는 세 배 늘어난 반면 재택 사망자는 9만4682명에서 5만332명으로 47% 줄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종양내과 교수는 “요양시설(병원) 사망은 가족과 관계가 멀어져 있거나 단절되는 경우가 있어 좋은 죽음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요양원장은 “최근 90대 치매 어르신을 요양원으로 옮기면서 가족들이 옷가지가 든 쇼핑백 하나를 줬는데 한 사람의 인생이 쇼핑백 하나로 마무리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요양시설(병원)에 들어가면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경기도 안산의 한 요양병원 기획실장은 “우리 병원을 나가는 환자의 80%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먼 곳의 값싼 요양시설로 떠밀려 간다”며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이나 시설에 가는 노인들은 가족들이 도저히 돌보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환자의 신체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자녀가 맞벌이를 할 경우가 그렇다. 이 경우 노인시설로 가면 환자의 삶의 질도 올라간다.

 

충남의 한 요양병원에 6년째 입원 중인 유모(91) 할머니는 “큰아들과 45년 살다가 내가 원해서 여기에 왔다. 병원에서 세 끼 다 챙겨주고 여기 생활이 행복하다. 자식들도 두 달에 한 번 본다”고 말했다.

 서울시 북부병원 권용진 원장은 “요양시설이 주거시설의 기능을 하면 여기서 숨져도 죽음의 질이 별문제가 없을 테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수용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장기요양보험 투자를 늘려 시설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인제대 의대 백병원 이동우(정신건강의학) 교수는 “가족들이 최대한 가정에서 노인들을 케어할 수 있게 장기요양보험의 가정방문과 주간보호센터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