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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미주사회

‘불체 부모’ 공항 마중길 체포

법왕청 2014. 11. 9. 09:07

  ‘불체 부모’ 공항 마중길 체포

 

10년만에 아들재회 부푼 꿈이 악몽으로

 

체류주소·여행경비 등 입국심사 답변 못하자 기다리던 부모 불려가


 

이른바 불법체류 신분으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 서류미비자들이 LA 국제공항이나 멕시코 국경 인근을 오가다가 연방 이민 당국에 신분이 발각돼 추방재판에 회부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0년 전 한국에서 관광비자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뒤 체류기한을 넘어 LA에 정착한 한인 김모(가명)씨 부부는 한인타운에서 직장생활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 성취를 꿈꾸며 열심히 살아왔는데 지난 주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김씨 부부가 한국에 두고 온 아들을 10년만에 만나기 위해 LA 국제공항에 나갈 때만 해도 아들과 재회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설렜다.

하지만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하려던 아들 김씨는 처음 찾은 미국 공항 입국심사에서 LA 숙소 주소와 여행경비 등을 증명하지 못해 2차 심사로 넘어갔고,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조사관이 아들 김씨에게 방문 목적과 보호자 이름 등을 캐묻다가 김씨 부부의 불법체류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김씨 부부는 아들이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도 모른 채 도착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아들에게 연락을 취했고, 결국 ICE는 마중 나온 김씨 부부를 동행형식으로 조사하다 이민법 위반혐의로 체포했다. 현재 김씨 부부는 이민구치소에 수감돼 추방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삿짐 센터에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던 한인 유학생 최모(가명)씨는 한인 고용주 말만 믿다가 ICE에 체포돼 추방재판에 회부된 경우다. 학생비자가 만료된 최씨는 돈을 벌기 위해 국경 인근 배송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급기야 고용주는 최씨에게 멕시코 이삿짐 배송을 지시하며 운송용 트럭은 국경 검문에서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고용주 말을 들은 최씨는 이삿짐 트럭을 타고 멕시코로 넘어갔지만 되돌아오는 국경 검문소에서 체포됐다. 현재 최씨도 이민구치소로 이송돼 추방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민자 권익단체 등에 따르면 한인 서류미비자 중 체류신분을 가볍게 생각했다가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ICE에 체포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민자 단체들은 ‘국제공항, 국경 인근 지역, 이민구치소 면회실’ 등이 서류미비자들이 자주 체포되는 장소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서류미비자일 경우 가족 중 누군가 이민구치소에 수감되면 남은 가족은 절대 면회를 가지 않는 게 좋다는 말은 불문율”이라며 “ICE는 전산망으로 출입국 기록을 바로 확인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민변호사들은 한인 서류미비자가 ICE에 체포될 경우 바로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포 직후 단순 체류기간 위반인 서류미비자는 보석 상태에서 추방재판이 가능하다.

한편 민족학교는 이같이 한인 등 서류미비자 1,100만명이 겪고 있는 추방 공포를 해결하려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하루라도 빨리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