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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미주사회

불체자 운전면허 신청 DMV를 찾아서..실제 발급률 12% 불과

법왕청 2015. 1. 25. 16:26

‘신원증명’헛탕… 실제 발급률 12% 불과

 

 불체자 운전면허 신청 DMV를 찾아서

한인들 하루 20여명, 몇시간 줄서기 끝에 구비서류 미비로 겨우 필기시험 응시

 

 

▲ 23일 LA 한인타운 인근 할리웃 DMV 건물 앞에 불체자 운전면허증 신청을

위해 찾은 이민자를 포함한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박상혁 기자>

 

 

금요일인 23일 아침, LA 한인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캘리포니아주 차량국(DMV) 오피스인 멜로즈 애비뉴와 콜 스트릿 인근의 ‘할리웃 DMV’ 앞에 한인 김모(55)씨가 긴 줄 뒤에 서 있었다. 7년 전 LA에 정착한 김씨는 불법체류 신분 이민자다. 그는 낮기온 75도까지 올라간 1월 땡볕 아래서 운전면허 필기시험 예시문항을 공부하기에 바빴다.

기다림 끝에 DMV 사무소 입구에 다다른 김씨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 운전면허증을 준다니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어요”라고 웃었다. 하지만 김씨는 이날 운전면허증 신청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은데 DMV에서 다들 돌려보냈다더라”며 “신원 확인과 거주지 증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일단은 정보가 부족하니 DMV 직원을 직접 만나보고 필요한 서류를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해를 맞아 전격 시작된 캘리포니아내 불체신분 이민자 대상 운전면허증 발급법(AB60) 시행으로 이처럼 각 지역 DMV에는 많은 한인을 포함한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몰려들면서 DMV 앞에서 이들 이민자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운전면허증을 쉽게 손에 받아들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23일 DMV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불체자 운전면허 신청 접수가 시작된 후 21일까지 발급 신청을 한 불체 이민자는 약 21만7,00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지금까지 실제 모든 절차를 마치고 운전면허증을 손에 쥔 이들은 2만5,300명(1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DMV를 찾은 불체자 9명 중 1명만이 운전면허증 취득에 성공한 셈이다.

23일 한인타운 인근 DMV 오피스에서 만난 AB60 수혜 대상자들은 DMV 사무소 앞에서 몇 시간쯤 줄을 서는 수고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LA에서 일자리를 잡아도 자동차로 30분~1시간은 이동해야 한다. 운전면허증은 출퇴근을 보장해 주는 생명줄과 같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김씨는 DMV가 요구하는 ‘신원 증명과 거주지 증명’ 서류를 준비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 여권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출생증명서(기본증명서)를 한국에서 공증 받아 오라고 한다. 말이 쉽지 한국에서 공증까지 받아오려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고 말했다.

또 불법체류 신분인 한인들은 신원 증명시 영사관 ID를 사용할 수 없다. DMV는 멕시코, 과테말라, 브라질 영사관 ID를 신원 증명용으로 인정할 뿐 LA 총영사관 ID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DMV 오피스의 한인 직원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하루에 한인 20명 정도가 AB60 운전면허증을 신청하러 오지만 면허증 발급은 사실상 안 되고 있다”며 “DMV는 한인 분들이 정해진 규정대로 신원 증명 및 거주지 증명 서류를 제출해야 운전면허증을 발급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원 증명이 불충분한) 한인에게 우선 필기시험 응시기회를 주고 있지만 임시면허증이나 연습허가증은 발급하지 않는다. 신원 증명이 안 될 경우 새크라멘토 DMV까지 가서 인터뷰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DMV는 불법체류 신분인 한인들이 신원 증명 서류를 규정대로 준비해 달라고 강조했다. DMV는 2000년 10월 이후 가주 운전면허증 또는 주민증 ID, 소셜시큐리티 카드가 없는 한인 불체자는 2008년 이후 한국 여권 외에도 기본증명서와 아포스티유(apostille) 인증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인 불체자가 가장 많이 혼선을 겪은 문제는 신원증명 때 ‘기본증명서와 아포스티유 인증’이 필요한 경우다.

2008년 이후 발급된 한국 여권만 소지한 이는 반드시 6개월 이내 출생증명서(한국은 기본증명서)와 외교부가 인증한 아포스티스유 인증서(수수료 약 1달러), 거주지 증명 서류(아파트 계약서, 집문서, 모기지 페이먼트 청구서, 각종 부과세 청구서, 재학증명서, 병원치료 기록, 고용계약서, 보험계약서, 자동차 소유증명서 중 3개 이상)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한인 불체자 중 2000년 10월 이후 발급된 가주 운전면허증과 주민증ID를 소지한 이들은 거주지 증명 서류만 갖추면 운전면허증 신청이 가능하다.
소셜시큐리티 카드(SSN)를 소지한 이도 2008년 이후 발급된 한국 여권과 거주지 증명 서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