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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미주사회

종교 갈등? 그런 것 몰라'…뉴욕 한인들 '이웃 종교와 함께 하는 성탄 예배'

법왕청 2015. 12. 16. 17:15

종교 갈등? 그런 것 몰라'…뉴욕 한인들 '이웃 종교와 함께 하는 성탄 예배'

 


'작은자공동체교회', 불교 천주교 원불교 교직자들 함께 5년째 열어

 

 

 

 

스님 두 분이 목탁을 두드리며 나직한 소리로 반야심경을 봉독한다. 사찰에서 열리는 법회일까? 그런데 벽면에 붙어있는 노란색 글자들이 눈길을 끈다. '이웃 종교와 함께 하는 성탄 예배 2015'.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성탄의 의미를 되새긴 것은 스님들만이 아니었다. 원불교 교무의 축하 설법과 가톨릭 신부의 축복 강론도 이어졌다. 성직자들에게 귀기울이는 모든 참석자들도 서로 다른 믿음을 갖고 있거나 아예 종교가 없는 이들도 있었다.

뉴욕 맨해튼의 한인 교회에서 5년째 타 종교인들과 함께 하는 성탄 축하 예배가 열려 관심을 모은다. 지난 13일 맨해튼 워싱턴 스퀘어파크의 작은자공동체교회(목사 김동균)에서 뉴욕 한인 사회의 4개 종단(불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교직자들과 신도들이 모여 '구원, 해탈, 일원의 길을 함께 가려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뜻깊은 성탄 예배를 열었다.

묵상을 시작으로 성탄 시 낭송과 김민기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 합창, '구원'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로 이어진 성탄 예배는 맨해튼 조계사의 도암 스님과 도원 스님, 원불교 미주총부의 연타원 교무, 맨해튼 성프란치스코 한인천주교회 조 스테파노 신부 등 이웃 종교 성직자들이 같은 주제를 각자의 종교적 관점에서 풀이해 참석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김동균 목사는 "2011년 성탄절에 처음 시작한 '이웃 종교와 함께 하는 성탄 예배'를 벌써 다섯 번째 갖게 되었다는 것이 스스로도 놀랍고 감사하다"면서 "진리의 모양과 빛깔은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본질 안에서 서로 만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중에는 5년째 빠지지 않고 오는 이들도 있고, 종교는 없지만 취지가 좋다며 계속 참석하는 이도 있다. 한 가톨릭 신자는 이웃 종교와 함께 하는 성탄 예배 소식을 듣고 부인과 함께 네 살 아이를 데리고 참석했다고 밝혔다.

뉴저지에 거주하는 김수복씨는 "개인적으로 퀘이커교도라 예배에 익숙하지만 다른 종교인들이 이렇게 와서 열린 마음으로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요즘 이슬람국가(IS) 테러 문제가 심각한데 뉴스를 들으니 폭격을 할수록 IS 지원자가 더 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잔혹한 테러리스트는 응징을 받아야 하지만 원인도 찾을 필요가 있다. 쉽지 않지만 그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경청하고 이해하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 진정한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동균 목사는 "아직은 소수가 모이는 소박한 자리이지만, 지난 5년 동안의 만남과 모임을 통해, 내 종교를 넘어선 다른 관점의 눈이 열리고, 또 다른 즐거움과 유익을 경험하고, 다른 측면의 자기 신앙의 성숙을 경험하여 왔다"고 밝혔다.

김동균 목사는 "구도와 구원, 구세의 길 위에서 서로 배우고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과 뜻을 지켜가면서 이웃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관점과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작은 길을 열고자 하는 취지가 조금씩 실현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개신교와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한인 4대 종단의 교직자와 청년 신도들은 지난해와 올해 연합수련회를 갖는 등 종교 간 우의를 다지고 진리를 찾는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