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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자유게시판

본인 과거 게시물 삭제 요청 가능

법왕청 2016. 3. 28. 15:42

인터넷 흔적 지우고 싶으세요?


 
한국도 '잊힐권리' 도입
본인 과거 게시물 삭제 요청 가능
구글·야후 등 해외사업자는 제외






이미 탈퇴한 웹사이트에 올렸던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하는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가 한국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한인들도 과거 인터넷 공간에 남겼던 게시물에 대해 검색이 불가하도록 '블라인드 처리' 요청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와 인터넷진흥원은 25일(한국시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토론회를 열고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은 이용자 본인이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에 대해 접근배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보호권 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정부는 이날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빠르면 4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접근배제 권리 행사는


▶자기 게시물에 댓글이 달려 게시물을 인터넷에서 삭제할 수 없을 때


▶회원 탈퇴 또는 1년 이상 계정 미사용 등으로 회원정보가 파기되면서 이용자 본인이 직접 게시물 삭제가 불가할 때


▶회원 계정 정보를 분실해 이용자 본인이 게시물을 삭제하기 어려울 때


▶게시판 관리자가 사업 폐지 등으로 사이트 관리를 중단했을 때


▶게시판에 게시물 삭제 기능이 없는 경우 등에 가능하다.

접근배제 권리 행사 가능 게시물은 오직 자신이 작성한 게시물이어야 한다.

요청을 받은 게시판 관리자는 본인 확인을 거쳐 문제의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하는 블라인드 처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이 증거 보전 결정을 내린 게시물, 공익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게시물은 접근배제 요청이 거부될 수 있다.

한인들도 잊힐 권리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4년 전 결혼과 함께 LA로 이민 온 최주영(29)씨는 "한국 웹사이트는 이용을 거의 안 한다. 한국에 있을 때 자동차 카페에서 활발히 활동했었는데, 미국에 온 이후에는 거의 이용알 하지 않는다"며 "개인 정보 등이 게시물에 남아있어 삭제하고 싶어도 비밀 번호를 잊어서 삭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50대 최학순씨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경영난으로 동료들과 다툼이 있었는데 당시 게시판에 남겼던 글을 지우고 싶었지만 이미 탈퇴한 상황이라 삭제가 불가능했다"고 이번 조치를 반겼다.

현재 잊힐 권리 요청은 유럽에서 가장 활발하다. 2014년 유럽재판소가 인터넷상의 잊힐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세계 최대 검색 엔진 구글에는 유럽에서만 약 36만 건에 달하는 잊힐 권리 요청이 접수됐다. 구글은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총 123만 페이지의 검색 결과에 대한 삭제 요청을 받았다. 이중 42%를 삭제하는데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잊힐 권리 도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알 권리 및 표현의 자유'가 잊힐 권리와 상충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게시물에 유용한 정보가 있다고 판단한 인터넷 사용자가 그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따로 공유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게시물이 접근배제 처리되면 다시는 해당 게시물을 볼 수 없게 된다. 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이 접근배제될 경우, 댓글 게시자의 권리도 침해될 소지가 있다.

가이드라인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글, 야후 등 한국 외 인터넷 사업자는 잊힐 권리 도입 대상 업체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진규 네이버 개인정보보호팀장은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에 대한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불공정한 부분이 또 논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회원이 탈퇴 후 게시물을 가려달라고 요청을 하면, 본인 확인을 하는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탈퇴 회원 정보가 삭제됐을 수 있어서다. 해당 글을 찾는 것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입법 시기와 입법 여부, 각종 추가 문제 발생과 해결 방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논의를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