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사문 법영/해외,미주불교

여래사 개원 32주년 기념법회

법왕청 2012. 11. 5. 20:28

                                                                                 “초심으로 돌아가자”

                                     여래사(회주 설조 스님, 주지 소원 스님) 개원 32주년 기념법회가 28일(일) 열렸다.

                                    

                                         

법회개회를 알리는 타종에 이어 삼귀의, 찬불가, 헌공, 반야심경 등이 차례로 이어지고 신도회장인 공영미 보살에 의해 발원문이 낭독됐다.

“언제나 크신 자비로 중생을 이익되게 하시며 평등하게 법의 비 내려 저마다의 그릇 채워주시는 부처님…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작거나 큰 시련들이 있을 것을 잘 압니다…삶의 매순간이 성불을 향하 발걸음임을 상기하여 저희 자신들의 무지로 인하여 생겨난 시련 앞에서…잠시 쉬어가더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굳은 신심 가지게 하소서…”

여래사 연혁에서는 한국불교사 최대수난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1980년 10.27 법난 바로 그날, “회주이신 설조 스님께서 LA에 도착하셔서 관음사와 고려사에 머물던 중 구산 방장스님께서 설조스님께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전법하라는 당부”했다는 대목으로 시작해 초기 6,7년간의 눈부신 성장과정은 물론이고 2008년 여름 Mt.Aukum 선원임야를 무단점거한 이웃과의 소송에서 져 샌프란시스코 랜돌프가의 건물을 매각하고 샌브르노로 이사하는 배경 등 쓰린 상처까지 두루 되새겨졌다.

소원 스님과의 인연으로 여래사에 머물고 있는 동우 스님은 축사를 통해 “부처님의 전도선언은, 한사람이 한곳을 가라는 말은 보다 많은 곳을 가서 불법을 설하라는 간곡하신 말씀”이라고 상기시킨 뒤 “한달반 지내보며 미국에서 불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불교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며 “그러므로 나의 축사보다 여러분들 스스로가 자신에게 축복과 축하를 주는 자리”라고 치하 겸 격려했다.

지담 스님의 달라이라마 기도문 낭송, 동건 스님의 축가에 뒤이은 소원 스님 법어의 키워드는 ‘초심’이었다.

초심이란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이라며 여래사를 처음 세웠던 초심으로 돌아가 함께 노력할 것을 주문하고 다짐하는 법어였다. 그런 만큼 여래사 탄생 때부터 줄곧 여래사를 지켜온 “창건주 보살님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고 축하케익 역시 이들 노불자들이 자르도록 배려했다. 다음은 소원 스님의 법어 요약.

32년 전 여래사를 개원하기까지 많은 분들의 원력과 노고가 있었다. 많은 절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는 점이 한국불교가 뿌리내리기 얼마나 힘든 환경이었나를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오늘 개원기념법회를 맞아 여래사를 개원하고자 원력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고자 했던 초심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여래사 불자님들께서 32년 전 가지셨던 처음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초심이란 삼가고 조심하는 마음이다. 뭔가를 시작할 때 특히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할 때 우리는 아주 집중하여 신경을 쓴다. 하지만 그 기술이 익혀졌다고 생각할 때는 처음과 같은 정도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타이핑 배우는 것도 그렇다. 연습을 거듭해 실수가 줄어들면, 머릿속으로 딴생각을 해도 손가락이 자판위에서 뜻하는 대로 움직일 단계에 이르면, 기술이 더 이상 향상되지 않고 거기서 안주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멈추느냐 그것을 극복하려고 더 노력하느냐에 따라 전문가가 되느냐 보통사람이 되느냐 하는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쥐들도 먹이를 찾아가는 통로에 익숙해지면 두뇌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한다.

익숙해진다는 건 타성에 젖어 초심을 잃게 되는 것과 같다. 초심을 계속 상기하여 늘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익숙한 일이라도 의식적으로 더 신경쓰고 삼가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래사를 처음 세울 때 그 초심을 상기하여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면 여래사는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