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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국내 불교소식

텐진 빠모 스님 특강, “많은 생각 탓 찰나 머물기 쉽지 않아”

법왕청 2013. 11. 9. 08:57

                                           “생각 자체도 결과있어 기회마다 실행해야”
텐진 빠모 스님 특강, “많은 생각 탓 찰나 머물기 쉽지 않아”

 

 텐진 빠모 스님이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초청 특강에서 8일 강연하고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영원홀 200여석을 가득 매우고 복도에 늘어선 청중들 앞에서 텐진 빠모(Tenzin Palmo) 스님은 “여성은 여성들로부터 도움이 필요해 성불할 때까지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고자 한다”면서 “만약 남성이 열등한 세상이 온다면 자비심을 발휘하여 남성으로 태어나겠다”고 8일 말했다.

 

2시간30여분 지속된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초청 특강에서 스님은 청중 8명으로부터 실질적이며 다소 공격적인 질의에도 정확하게 응답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 실행하라. 수행하는 것뿐 아니라 생각하는 것 자체도 결과를 낳으니 모든 면에서 유의해야 한다”면서 “누구든 자신에게 놓인 제약과 선입견에서 자유로울 때 제 능력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불교여성개발원과 샤카디타코리아(세계여성불교여성협회 한국지부)가 공동주최하고 있는 텐진 빠모 스님 초청 법회 중에서 가장 내용이 풍부하게 진행된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초청 특강을 지상으로 옮긴다. 이날 2시간30분 강연은 내용의 신속 정확한 전달과 즉문즉답을 위해 통역없이 영어로 진행됐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해져서 여러분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 많은 젊은이들이 대단히 스트레스를 겪어야 하는 상황들이 많다.

 

이에 대해 이 생애에서 내가 진정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사람들은 의식주에 대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교육 받은 사람들로서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너무도 당연히 여기고 있다. 이와 같은 대단히 발전된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갖지 못한 것에만 집착하면서 불만족 속에 살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인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식사를 비롯해 아이들의 교육까지 모두 항상 걱정거리이다. 심지어 전 가족구성원이 굶어 죽기도 한다. 사람들은 다음 식사만 해결돼도 행복해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주 작은 몇 가지 못 가진 것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가진 것에 감사하며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듯 탐욕은 바닷물과 같아서, 대양의 해수를 모두 마셔도 여전히 우리는 갈애에 머문다. 젊은이들로서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 소중한 삶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뿐만 아니라, 나아가 타인의 안녕을 위해 무엇을 하려하는가? 우리가 의문을 품는 바로 그곳에서 여러분의 삶은 풀려나갈 것이다.

 

우리 중 소수 정도가 행복에 대한 독특한 관념을 갖고 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살고 있다. 심지어 동물조차도 그러한 특성을 공유한다.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먹을 것부터, 은신처 및 사랑을 원하는 것은 고작 동물의 단계에 머무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

 

인간의 단계에서는 지능과 영적 갈망이 추가된다. 동물도 사랑은 하지만 종교를 갖게 되지는 않는다. 사랑, 슬픔, 즐거움, 두려움 등을 느끼나 영적갈망은 대부분의 환경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다.

 

인간들은 유전자에 프로그래밍 된 본능을 뛰어넘어 삶을 더 의미있도록 하고자 한다. 한 순간의 기쁨만 가져다주는 물질적이고 기본적인 욕구 충족을 시키고 나면, 인간은 더 많은 것을 갈구하게 되고, 결국 사회학적으로 이것으로 인해 불만족을 가져다 줄뿐임이 증명되었다. 그래서 불행한 가족구성원들은 파티 등 허망한 것을 통해 빈 마음을 채우고자 한다.

 

우리는 쾌락과 행복을 착각하면서 살고 있다. 진정한 행복은 내부적인 요소에서 나온다. 사람들은 내가 인도 토굴에서 춥고 아무것도 없는 거친 환경에서 산다는 것을 들으면 일종의 종교적인 자발적 고통이라고 여기지만, 세계 어디를 생각해보아도 바로 그 토굴이 내가 실제 있고 싶은 장소이다.

 

외부의 관점에서는 척박해보일지 모르지만 내재적으로는 나는 모든 것을 누리고 있다. 진정한 행복은 우리가 스스로에게만 줄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이나 외부세계를 바꿀 수는 없으나 스스로를 바꿀 수는 있다. 극심한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날도 어둡게 느껴지고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폭풍우가 치는 날도 사랑스럽다.

 

우리가 외부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문제이다. 어떤 마음의 틀을 가지고 보느냐가 중요하다. 부정의와 같은 외부상황을 진정으로 맞서 싸우려고 할 때 자칫하면 부정성의 싸이클에 빠져들고 마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보다 앞서 정확하게 세상을 보기위해서 어떻게 마음을 맑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왜곡해서 사물을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모든 생명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좋은 점도 지니고 있다. 스포츠나 악기 등을 배울 때도 연습이 필요하다. 어떻게 연습할 것인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극악한 상황도 마음이 정하면 겪어낼 수 있고 간단한 상황도 마음이 어지러운 상황이면 이겨낼 수 없다.

우리의 본성은 위대하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혹자는 자신에 대해 ‘나는 천성이 탐욕스럽다’고 자문할지 모르나, 그것은 당신의 두번째 성질이지 본성은 아니다. 우리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는 첫 걸음이고 시작이다.

 

2부. 질의응답.

 

 

청중의 공격적인 질의에 응답하며 즉문즉답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대 여성연구소 텐진 빠모 스님 특강. 서울대 공대 교수가 질의하고 있다. 

 

질의(여학생): 타인이 영적으로 깨어날 수 있게끔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너무 많은 이들을 도와야하는 부담을 먼저 느끼면 더 이상 그러한 도움을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현실적으로 giving과 helping, others의 차이는 무엇이라 할 수 있나?

 

텐진 빠모 스님: 자비심(Compassion)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도움의 손을 뻗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의 중심은 바로 나이다. 지혜는 어떻게 도와야할지를 아는 것이다. 그 방법도 모르면서 급히 도움을 주려고만 한다면 도리어 더 많은 문제를 불러들일 수도 있다.

 

영성에 관해서는 타인을 도우려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보아라고 말한다. 스스로 먼저 변하면, 그 자체가 타인에게 교육적으로 다가 간다. 당신의 긍정적인 변화는 타인의 궁금증을 유발할 것이다. 굳이 가르치려 할 필요가 없다.

 

질의(여학생): 타인을 도울 단계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타인에게 소개할 수 있는가.

 

텐진 빠모 스님: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간접적으로, 당신이 변화한 모습으로, 좋은 예시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 꼭 언어가 통해야 가능한 것도 아니다. 진정 자기 분야에 최선을 다한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질의(중국학생): 간화선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는데 일상에 돌아갔을 때 내가 느낀 것을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가? 당신은 어렸을 때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실행에 옮겼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임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텐진 빠모 스님: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때는 다른 요소들 모두를 거둬들이고 오직 목표만을 위해 나아가면 된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이는 사실 아집(ego)때문이다. 여러 옵션을 비교해보고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지나고 나면 좋은 기회들을 놓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도 단순히 무언가를 얻는 수준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의 소음과 잡음을 차단해야 한다.

 

간화선 경험을 통해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항상 나, 나의 것이라고 먼저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가 누군지 진정 아는가? 진정한 정체성을 모르기 때문에 타인을 도우려할 때도 의도와는 다르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겹겹이 쌓여있는 거짓된 정체성을 하나씩 벗겨나가라. 작은 단서를 찾아 나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라.

 

질의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 남북의 차이를 말씀했다. 북측에 자유가 조금 억압되어 있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남측에도 정당이 여러 개 성립되었으나 최근에는 우파 보수 세력이 주측으로 다른 정당들을 장악하고 있다. 영국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성숙된 오랜 역사를 갖은 선진국이니 당신의 정치적 식견을 조금 나누어 줄 수 있는가.

 

텐진 빠모 스님: 솔직히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어쩌면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계는 바람직한 독재자에 의한 독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다른 사람은 정치적 상황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고, 독재자는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할 권위가 있으니까 말이다.

 

싱가포르가 여기에 가장 가까운 예로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떠한 체제를 선택해도 사실 결과는 비슷하다. 모두 삼사락(Samsaric, 윤회의 세계)이다! 다들 권력에만 관심이 있고 제대로 된 통치와 국민에 대해 진정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지 않은가.

 

질의(미시건대학 출신 교포학생): 영감을 받은 것이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지속되는데 어떻게 이를 조금 더 오래 간직할 수 있는가.

 

텐진 빠모 스님: 영감을 지속하는 것은 우리의 영적 여정을 유지시켜주면서도 동시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티베트 전통에서는 어떤 수행을 하기 전에 인간윤회 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특히 심사숙고(reflection/contemplation)하는 시간을 갖는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이런 상황이지만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 어떻게 알겠는가? 한 가지 가장 확실한 점은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기회가 있을 때 실행하라.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것 자체도 결과를 낳으니 모든 면에서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삶은 그 자체로 배움의 과정이다. 그리고 가르침은 조금 어려워야 한다. 현생은 사실 학교생활과 같다. 졸업하면 끝일 것 같지만, 실제론 시작일 뿐이다. 외모는 성숙해보여도 내면은 마치 아이와 같다.

 

마음과 감정의 주인(마스터)가 되어야 한다. 인간이 맹수이지 사자나 호랑이가 맹수가 아니다. 인간의 모든 미성숙함으로 인해 세상에 이렇게 많은 불행을 가져왔지 않은가. 성장하고 성숙하기 위해서는 한 생애 내내 배움이 필요하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음을 알 것이다. 결코 탐진치에 지배당하지 말고, 미디어나 잡지에서 얘기하는 것을 읽고 속지 말라. 내면을 관찰하라.

 

질의: 불성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당신이 누구라 생각하는가?

 

텐진 빠모 스님: 불성은 무기나 말이나 생각으로도 규정할 수 없다. 개념화된 우리의 머릿속을 뛰어넘는 것이다. 무엇이라 규정할지라도 그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본질은 하늘에 비유할 수 있다. 하늘은 그 무엇에 의해서도 방해받지 않는다. 우리는 물리적 경계를 만든다. 하지만 공기에 경계가 있는가? 내가 마시는 공기를 어느 누구나 마실 수 있다. 우리는 그 자체로 공간이다. 그리고 공간은 어느 곳에나 확장된다.

 

양자역학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많이 증명되어 있듯이, 의식은 공간이면서 동시에 각성된 상태의 무엇이다. 우리는 ‘나’에 관해 생각(기억, 성격, 교육 등)을 너무 많이 해서 각성된 상태(awareness)를 잃는다.

 

그리스 연극에서 인물을 persona라고 하는데 어원을 공유하는 성격(personality)은 바로 우리의 가면이다. 그 사실 자체는 괜찮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 가면을 가면, 즉 역할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을 하지 못하고 그것을 ‘나’라고 착각하고 산다는 사실이다.

 

질의: 나는 왜 살아야 하나?

 

텐진 빠모 스님: 나의 참 정체성을 찾고 타인도 그렇게 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충분히 의미있지 않은가?

 

질의: 명상이나 좌선에서 아무것도 기대감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수행하라고 말하는데 계속 그런 기대가 생긴다.

 

텐진 빠모 스님: 그래도 괜찮다. 대신 내가 그러한 기대를 하고 있다는 그 상태를 자각하라. 이것이 아집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진 말아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질의: 당신은 아라한인가?

 

텐진 빠모 스님: 티베트 전통의 승려들은 아라한이 되기 위해 수행하지 않는다. 성불을 위해 수행하지만 그 전의 단계로 보살의 경지는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한다. 아라한은 스스로의 성불을 위해 수행한다.

 

물론 수행 중에 타인을 돕게 되긴 하지만, 본인만 아니라 타인의 성불을 위해 수행하는 보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라한들은 탐진치의 원인인 아집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자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대승불교에서의 보살들은 이를 두고 가족 친척 강아지 등을 화재가 발생한 집에 그대로 두고 자기 자신만 탈출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대승의 보살 개념과 상좌부 아라한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질의: 패닝 상황(panic attack)을 겪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원인도 모르겠고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모르겠다.

 

텐진 빠모 스님: 완전히 이완(relax)할 수 있는 상황이 필요하다.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데려가라.

밍규르 린포체(<Joy of living>의 저자)도 어렸을 때 panic attack 때문에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라마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라 걱정이었지만, 지금은 얼마나 환히 밝은(radiant)지 보라. panic attack은 결코 그 친구의 본성이 아니다.

 

질의: 지리학적인 요소가 깨달음에 중요한 것 같은데 도시에서 살다가 환경적 요소를 개선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 간 수행자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

 

텐진 빠모 스님: 시간이 있을 때마다 교외로 나가라. 나무와 하늘에 대해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그렇게 규정한 상태를 스스로에게 옮겨와 보라. 부처님도 도시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셨지 않은가. 부처님은 제자들과 도시로 와서 탁발도 하시고 생활도 하셨다. 도시를 피한 것이 아니라 도시와 숲의 네트워크를 모두 활용하였다. 자녀들도 데리고 교외로 나가라.

 

질의(남자학생); 강연의 제목이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인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텐진 빠모 스님: 불교전통에서 남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더 우월하다고 인정되어왔다. 심지어 내세에 남성으로 태어나기 위해 수행을 하기도 한다. 남성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기회를 여성들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비구들은 여승들은 성불에 아주 가까이 갈 수는 있지만 마지막 비약을 위해서는 남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왜 그런가? 여성은 여성들로부터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위해 성불할 때까지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고자한다. 물론 만약 남성이 열등한 세상이 온다면 자비심을 발휘하여 남성으로 태어나겠지만.

 

질의(서울대 여성연구소장 조은수 교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일상생활에서 이를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가.

 

텐진 빠모 스님: 이 질문은 불자로서 가야하는 길을 모두 포함한다. 긴 여정에 일어나는 모든 것을 활용하여 여정에 더하여해 한다. 항상 문제는 마음이므로, 자각을 통해서 이를 통제하라. 우리는 최대한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있어야한다. 이를 마음챙김이라고 한다.

 

쉬울 것 같지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은 마음에게 사실 참 어려운 일이다. 부처님은 육체를 자각하는 것을 첫 번째 단계로 설하셨다. 간단해 보이지만 앉아서 너무 많은 다른 생각을 하므로 인해 생각보다 찰나에 머무는 것은 쉽지 않다.

 

첫 단계로 숨쉬기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나 미래에서는 숨쉬기에 집중을 할 수 없어서 그렇다.

 

대부분의 우리는 실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머릿속에서 생성된 공상에 빠져 살고 있지 않은가. 마음을 청소하지 않은 방에 비유해 볼 수 있다. 청소는 하지 않고 계속 잡동사니들을 가져다 넣기만 하면 지저분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더구나 사실상 우리는 방에 살지 않고 마음에 살고 있다. 그렇게 중요한 마음을 꾸미는 데 전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어떻게 슬럼가 같은 곳에 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귀한 손님을 초대할 때 집을 가꾸고 깨끗이 하듯이 지혜를 초대하기 위해 마음을 가꾸어야 한다. 이제는 ‘수행이 뇌를 바꾼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 현 시점에서 우리는 반드시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정리=김종찬 기자. 번역=샤카디타코리아 교육부 이혜인 간사

 

  

 

청중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는 텐진 빠모 스님 

 
 

텐진 빠모 스님은

 

1943년 영국에서 출생, 본명은 Diane Perry. 1961년 18살에 도서관에서 불교서적을 읽고 감명받아 20살에 인도로 건너가 스승 깜뚤 린포체를 만나 수행의 길을 걸으며, 스승으로부터 1964년 출가를 허락받고 둡규 텐진 빠모라는 법명을 받았다.

 

티베트 불교 전통 전체에서 2번째로 계를 받은 서양인 비구니가 됐으며, 이후 12년 동안 히말라야 깊은 산 속에서 하루 3시간 잠자며 장좌불와 수행을 지속했다.

 

비자 문제로 1988년 동굴 수행에서 나와, 세계를 돌며 여성 수행자들을 위한 사원 건립의 서원을 세우고 강연과 법회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북인도 따시종 근교에 티베트와 히말라야 지역 여성수행자들을 위한 주요 교육기관인 돈규 가찰 링 사원 (Dongyu Gatsal Ling Monastery)을 설립했다.

 

2005년 달라이라마 존자에 의해 ‘6인의 서양비구니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 티베트불교 내에서 비구니 전통을 되살리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2008년 둑빠까규의 수장 걀왕둑빠로부터 티베트 여성수행자의 최고 지위인 제쭌마 지위 받았다.

 

저서로 <Cave in the Snow> <Reflections on a Mountain Lake> <Into the Heart of Life> <Three Teachings> 등이 있으며, 국내에 2003년 낸 <나는 여성의 몸으로 붓다가 되리라>(세등스님 옮김/ 김영사)와 <텐진 빠모의 마음공부>(김은령 옮김/ 열림원) 등이 잘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