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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국내 불교소식

자국 이주민 돕는 몽골법당 주지 바트보양

법왕청 2015. 3. 4. 13:16

자국 이주민 돕는 몽골법당 주지 바트보양


 

 

몽골법당 주지 바트보양 스님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서울 동대문 몽골법당의 주지 바트보양 스님. 바트보양 스님은 2008년 말부터 법당 주지를 맡아 몽골 이주민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몽골법당은 몽골 최대의 라마불교 사원 간단사의 서울포교당으로 지난 2008년 8월 문을 열었다. 2015.3.4 okko@yna.co.kr

 

라마불교 간단사 소속, 8년째 포교 활동…이삿짐센터 '알바'도

몽골인들이 모여사는 서울 동대문 광희동에 자리한 몽골법당.

건물 2층의 10여 평 남짓한 이 라마불교 법당은 일대에서 몽골인들의 사랑방으로 통한다. 고된 노동에 지친 몽골인들은 이곳에서 몽골 방송을 보고, 전통차를 마시며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법당이 문을 연 2008년부터 바트보양 스님은 이곳에서 동포 몽골인들과 동고동락해왔다.

지난 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법당을 끌어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도움을 준 한국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몽골법당의 정식명칭은 몽골 간단사의 한국지원 서울포교당.

몽골의 최대 라마불교 사원 간단사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지원을 받아 2008년 8월 최초의 해외포교당을 서울에 세웠다. 몽골은 전체 국민의 90%가 라마불교도이다.

간단사에서 수양하던 바트보양 스님은 이보다 1년 앞서 한국에 왔다. 간단사에서 바트보양 스님을 일종의 연수생 신분으로 대구 용연사로 보낸 것.

"저는 외국 나갈 생각은 꿈에도 못했어요. 죽을 때까지 간단사에 있을 줄 알았죠.(웃음) 갑자기 한국에 가라고 해서 놀랐어요. 처음에는 한국말도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힘들었는데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몰랐네요."

'한국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다'던 바트보양 스님은 대구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2008년 말부터 몽골법당의 주지를 맡았다.

그는 이곳에서 몽골인들의 고달픈 현실과 마주했다.

바트보양 스님은 "돈을 벌기 위해 먼 타지까지 와 힘든 일을 해야 하는 동포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라며 "그들이 고국에 머물 수 없는 현실이 서글펐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국내 거주하는 몽골인은 지난해 말 기준 2만5천여 명. 이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불법체류 신분이다. 이들은 고된 노동 속에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도움이 절실하다. 바트보양 스님이 의료 지원에 가장 큰 힘을 쏟는 이유다.

몽골법당은 병원비를 마련할 수 없는 몽골인들을 위해 국내 사찰이나 불교단체에 후원을 요청하고, 매주 일요일이면 법당에 전문가를 초청해 뜸과 침 치료를 진행했다.

치과 치료가 필요한 몽골인은 서울 화계사가 5년째 매주 토요일 운영하는 무료치과로 연결해 지금까지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혜택을 봤다.

바트보양 스님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서 늘 힘이 된다"라며 주변에 고마움을 전했다.

몽골법당은 화계사와 경산 선본사에서 기본적인 운영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부족한 돈은 스님들의 '부업'으로 충당한다.

법당 스님들은 틈이 날 때마다 이삿짐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비와 학비를 벌고 있다.

'스님이 왜 여기서 일하냐'는 질문을 접할 때면 바트보양 스님은 "그냥 해야 하는 일"이라고 답한다.

그는 "많은 몽골인들이 힘들게 일하며 돈을 벌고 있다"라며 "가능한 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우리도 돈을 벌어야 한다"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법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는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한국에 오는 몽골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잘 살고 못 사는 건 각자리 손에 달려있다고 얘기합니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길을 가든지 좋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죠. 결국 모든 게 마음먹기 달린 거니까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에서 불교문예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바트보양 스님은 앞으로 한국과 몽골의 불교 교류를 위해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는 "불교도 사회적인 일을 해야 한다"라며 몽골 불자들을 상대로 역사 교육에도 힘쓸 생각이다.

속세의 나이로 올해 마흔인 바트보양 스님은 "나는 아직 젊고 할 일도 많다"라며 "앞으로 한국과 몽골의 문화 교류와 발전을 위해 더욱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