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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 법영/전시,공연,봉사.

선 수행으로 빚어낸 전통 ‘도자기의 美’

법왕청 2013. 11. 30. 20:04

                                        선 수행으로 빚어낸 전통 ‘도자기의 美’
불교작가 박명숙 도예展

 

 

전통 장작가마를 통한 창작활동에만 매진해온 불교도예가인 박명숙 작가가 오는

12월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더 케이 갤러리에서 도예전을 연다. 

 

소나무 불길이 뿜어낸

전통 장작가마로 완성

조선백자 전통 이으며

현대감각 가미해 ‘눈길’

 

 

전시회에서 선보일 작품인 ‘중형 붉은 수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전라남도 화순 산중에서 오직 전통 장작가마를 통한 창작활동에만 매진해온 불교도예가인 박명숙 작가. 불교계 대표적인 소설가인 정찬주 씨의 부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박명숙 작가가 오는 12월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더 케이 갤러리에서 자신의 도예작업 10년을 결산하는 도예전 ‘연꽃에 내린 달빛(The Lotus in moonlight)’를 연다.

 

박명숙 작가는 자연을 빚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스승 김기철 도예가 문하에서 6년 동안 도자 기법을 익혔다. 도자기 겉면은 유약을 바르지 않고 속에만 백자유약을 바르는 기법으로 조선백자의 전통을 이으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하기 위해서다.

 

김기철 도예가는 “작가는 편리하고 손쉬운 기계의 힘을 빌어 가스나 전기, 기름 가마를 사용하는데 비해 너무나 힘들고 비능률적인 과정을 거쳐 귀한 작품을 빚어내고 있다”면서 “특히 우리 백자의 맑고 부드러운 빛깔과 질감의 전통을 고수하는 한편 소나무 불길이 뿜어내는 무수한 성분이 유약역할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자연색 도자기를 이룩해냈다는 점이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주제가 반영하듯 화병의 경우 구연부(口緣部)를 연꽃잎으로 장식하고 겉면은 달빛이 내려앉은 듯한 황토빛깔을 내고 있다. 해학적인 기능을 발현하기 위해 연꽃화병이나 연잎 수반에 개구리 형상을 만들어 넣었다.

 

 더욱이 전시되는 모든 작품들이 지난 2005년 양양 낙산사 화재 당시 베어낸 소나무(홍송)을 8년 동안 말려 장작연료로 사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1300도의 가마 안에서 소나무 불길이 도자기에 닿으면서 보석처럼 아름답게 발색해 주기 때문이다. 또 문인화가 김기봉 화백에게 사사받은 일지매나 연꽃이 그려진 청화백자들도 눈여겨 볼만 하다.

 

 

 ‘청화백자 일지매 항아리’

 

이번 전시에 대해 박명숙 작가는 “모든 작품은 순간순간의 느낌에 따라 작위성(作爲性)을 지향하고 미완성으로 남겨둘 때가 더러 있다”면서 “나머지는 감상하는 이들의 상상에 맡겨두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물레가 만들어내는 정형의 진부한 틀에서 벗어나보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된 것. 손으로만 만들기 때문에 작가의 호흡이나 체온이 남겨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의 도자기들은 기계가 만들어낸 완벽한 형태이거나 매끈하지는 않지만 알뜰한 손맛이 남아 정겹고 따뜻하다.

 

 

‘개구리가 있는 거친 항아리’. 

 

이와 더불어 10년 넘게 매일 아침을 108배로 하루를 여는 독실한 불자인 작가는 도예와 수행을 결부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수행을 접한 후 부터 도자기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그는 법정스님에게 ‘무량광’이란 법명을 받았고, 안국선원에서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수불스님으로부터 화두를 받고 간화선프로그램에 동참하기도 했다.

 

 수불스님은 “작가의 도자기 작품이 지니는 기운은 선수행의 결과도 한몫 했을 것”이라며 “그의 도자기는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라 삶의 힘이 되어주는 기운이 있고, 마음의 군더더기를 내려놓게 하는 선미(禪味)가 깃들어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밖에도 작가는 작품 활동과 함께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무량광도예공방에서 수강생들에게 이론과 실기를 전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선조들의 삶 속에 멋을 보고 우리 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며 도예의 대중화에 일조하고 있다.